국방부의 일방적인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 발표에 경북 성주군민들이 반대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지난 13일, 사드 배치 지역 확정 발표 후 성주 군민 300여 명은 국방부 항의방문을 진행했다. 이들은 사드 배치 철회와 재검토를 주장했지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성주를 찾아 군민을 다시 설득하겠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군사적 효용성과 안전성 등을 이유로 성주를 선정했다고 했지만, 최소한 사전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결정난 데 대해 성주군과 군민은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성주군청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를 한 것도 아니고, 유해성이 검증된 것도 아닌데 부지부터 선정하고 사후 대책을 논한다는 건 행정적으로 맞지 않다”며 “내부적으로 행정절차에 대해 법적 검토를 고민하고 있다. 또, 국방부장관이 현장 방문한다고 했으니 현장에 와서 시가지가 바로 앞인 걸 보면 뭐라도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만약 국방부 재검토 후에도 성주가 적합지로 나온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는 “아직 그것까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러면 그에 따른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드성주배치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도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앞으로 계획을 정할 예정이다.
SNS로 모인 ‘사드를 반대하는 성주사람들’
“성주뿐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든 사드 안 된다”
자발적 1인 시위, 촛불 집회, 삭발식…등교 거부도 논의 중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을 중심으로 모인 ‘사드를 반대하는 성주사람들’은 군청, 범군민비상대책위와 개별적으로 반대 여론을 모으고 있다.
이날 오전 성주군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선 배정하(성주읍, 40) 씨는 아들과 1인 시위 모습을 SNS에 공유했다. 그는 “아이가 있는 엄마예요. 아이들이 뛰어 놓고, 좋은 공기에서 안전하게 키우고 싶어서 3년 전에 내려왔는데…”라며 “정말 안전하다면 청와대 앞에 먼저 설치하라고 해요. 안전한 게 검증되면 받을게요”라고 말했다.
이어 “괌에는 사드 3km 이내에 민가가 없고, 미국 본토에도 사막에다가 사드 설치했잖아요. 우리나라는 그런 곳이 없어요. 그냥 안 왔으면 좋겠어요. 성주 아니라 어디라도 안 왔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해당 채팅방에서는 이날 오후 5시 군청 앞에서 삭발식도 계획하고 있다. 오는 15일 자녀들과 등교 거부 후 집회도 논의 중이다. 또, 매일 저녁 7시 30분 군청 앞 촛불집회도 연다. 성주 읍내에 걸린 사드 반대 현수막에 ‘성주’라는 지역명을 빼고, 사드 자체를 반대하는 의미로 바꾸자는 논의도 나왔다.
사드 받고, K2 공군기지-대구공항 받는다?
군민들, “군수님 벌써 돌아섰나” 반발
또, 성주군이 K2 공군기지와 대구공항을 요구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공항 필요 없다. 언론도 (성주로 사드 보내려고) 입을 맞췄냐”, “아무것도 못 들어오게 성산 자체를 밀어버리자”, “선출직 공직자들 공항 유치 웃기는 소리다”, “군수님, 벌써 설득되셨나 보네요”, “군수도 다 한편이니까 버리시구요. 우리끼리 싸웁시다” 등 반응도 나왔다.
성주농협 앞에서 사드 반대 서명을 받던 한 40대 남성은 “우리가 맨날 1번 찍어줘서 그렇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성주 의원들 새누리당 다 탈당하고 국민의당 가서 사드 반대하라”며 “내가 볼 때는 우리 군민들빼고 군수고 뭐고 다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공항을 달라 그런 소리를 하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주군 관계자는 “그 기사는 오보인 거 같다. 군에서 공식적으로 그런 얘기가 나온 적도 없고, 어제 서울에서 일부 주민들이 하는 얘기를 쓴 것 같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