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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장, 대구교육감이 사이비역사를 사실인 듯 담은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의 책 『옛이야기 강의록: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진짜 옛이야기』 추천서를 쓴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책에는 ‘한자는 우리 동이민족의 것’, ‘주나라 이전은 동이민족의 풍속’, ‘우리 민족의 역사는 약 1만 년’ 등 위서(僞書)로 여겨지는 『환단고기』의 주장이 담겨 있다.
이만규 의장은 2023년 7월부터 대구교통공사에서 옛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3차례 상고사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고, 이를 모아 해당 책을 펴냈다. 그리고 올해 6월 1일 김광석길 야외콘서트홀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북콘서트에는 홍준표 대구시장, 강은희 대구교육감과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이 참석했다.
책에는 홍준표 시장, 강은희 교육감, 신일희 계명대 총장, 이재하 상공회의소 회장이 추천사를 썼다. 모두 이만규 의장의 주장에 공감하는 글이다. 공직자들이 사이비역사책에 동조하고, 그 중에서도 초·중·고 교육의 수장인 강은희 교육감이 추천한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강 교육감은 ‘올바른 역사관 정립과 민족혼을 일깨울 역사 길라잡이’라는 제목의 추천사를 썼는데 내용을 간추리면 아래와 같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우리의 고대사를 부정하며 우리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안타까운 현실…이러한 상황에서 『옛이야기 강의록』은 아주 중요한 길라잡이가 되어줍니다…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담은 대구광역시의회 이만규 의장님의 『옛이야기 강의록』 발간을 축하드리며 우리 역사를 다시 한번 더 공부하고 싶은 분들께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강은희 교육감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역사가적 입장에서 볼 책이 아니라, 역사를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책 제목처럼 옛날 이야기 하듯 쓴 책으로 보였다”라며 “학술적으로 꼼꼼하게 따질 건 아닌 것 같다. 고증과는 별개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책머리에는 상고시대 연대기가 나와 있다. 한민족의 기원을 기원전 7199년 건국한 환국에서 찾고, 이어 기원전 3898년 신시배달국, 그리고 기원전 2333년 단군조선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규원사화』 이야기를 꺼내며 공자가 동이민족의 역사를 지우고 싶어했다며 주나라 이전은 모두 동이민족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책에서 이만규 의장은 한민족의 역사는 파미르 고원에서 시작됐고, 바이칼 호수까지 뻗어나갔다면서 중국과 일본이 우리 역사를 뭉개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상고사를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일본이 조선의 정신세계를 말살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책에는 이만규 의장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사료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역사학계에서 위서로 언급되는 『규원사화』, 『환단고기』에 기초하고 있음이 추정된다. <뉴스민>은 주장의 근거, 사료를 확인하기 위해 이만규 의장에게 여러차례 전화, 문자 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천용길 , 박중엽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