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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규(중구2) 대구시의회 의장이 후반기 의장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시의원이 이 의장 연임에 반대하고 나섰다. 의장 연임은 의회의 원칙을 깨는 것이며, 이 의장 당시 의회가 집행부 견제에 충실하지도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 의장 대항마로 출마할 후보군은 윤곽이 뚜렷이 드러나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김대현 의원 출마로 2파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대현(서구1), 박우근(남구1), 윤권근(달서5), 박창석(군위), 이성오(수성3) 의원 5명은 17일 오후 2시 대구시의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례 없는 시의회 의장의 연임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순자(달서3) 의원은 연임 반대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개인 사정으로 기자회견장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 의장은 지방자치가 시작된 1991년 이래 대구시의회에서 단 한 번도 없던 연임 금지의 불문율을 깨려 하고 있다”며 “31명이나 되는 의원들 중 속칭 의장감이 없어서, (본인이) 집행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의장이라는 해괴망측한 궤변을 권력 독식의 근거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중된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부패한 권력의 폐해는 오롯이 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연임 금지를 30여 년간 관습법처럼 지키며 존중해 온 건 연임이 갖는 엄청난 폐해 때문이다. 이번 연임이 허용된다면 2년간 주어진 공적인 의장 권한을 자신의 사적인 연임을 위해 부담하게 남용될 게 명약관화이다. 민주주의 대전제인 공정한 경쟁의 가치를 몰락시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난 2년간 대구시의회가 집행부인 대구시를 감시·견제하는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문제가 보이는 정책에 우려를 표하고 더 나은 정책을 위한 제안을 해도 대구시는 독주할 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시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 노릇을 했다는 따가운 지적도 잇따랐다”며 “이런 현실적 폐해에도 불구하고 의장을 연임하지 않는 의회 권력의 원칙마저 깨진다면 앞으로 의회는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의원들 간 반복과 갈등으로 의회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의장이 14일 대구시의원 26명(재적 의원 32명)이 참석한 저녁 자리에서 후반기 의장 출마를 확실시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김 의원은 “그 자리에 참석한 의원 모두가 연임을 지지하는 건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다. 부득이하게 갈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을 전하고 참석한 의원, 갔다 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 온 의원도 있다”고 답했다.
투표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오늘 함께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연임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함이므로 투표 결과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후반기 의장이 되면 어떤 시의회로 이끌어갈 계획인지 묻자 김 의원은 “의장 출마 여부를 밝히기 위한 자리는 아니다”라며 “현 의장이 아닌 다른 분이 의장이 되어서 지금과 다른 집행부와의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도 “김대현 의원을 지지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연임을 통해 우리의 역사 기록을 깨고 후배 의원들에게 부끄러움을 남기지 말자는 소신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의회는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위해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후보 등록을 받는다. 25일 의장·부의장을 선출한 후 26일 각 상임위원장, 27일 운영위원장을 선출하는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앞서 김대현 의원은 이재화(서구2), 하병문(북구4) 의원과 단일화를 위한 과정을 거쳤으나 이 의원이 이만규 의장 연임에 힘을 싣기로 하면서 무산됐다. (관련 기사 대구시의회 의장 선거 안갯속?···‘이만규 연임 반대’ 단일 후보 나올 듯 (24.06.03.))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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