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기도의원이 이화영 전 부지사의 변호인?

전직 부지사 비위는 변호 아닌 조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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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법률대리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현직 경기도의회의원이다. 2022년 경기도 부천 제5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교육행정위원회,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에서도 위원으로 있다. 그가 현직 지방의원이라는 사실은 그가 1심 재판에서 패소하던 날 페이스북에 남긴 “ㅆㅂ”보다도 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지방의원이 변호사를 겸직하는 것이 위법은 아니다. 변호사법 제38조(겸직 제한)는 변호사는 보수를 받는 공무원을 겸할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지방의회 의원은 예외 중 하나다. 지방의원행동강령(대통령령)이나 경기도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인이 지켜야 할 것에 법령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광민 의원이 이화영 재판 변호인을 겸직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의 도의적 내지 윤리적 문제가 있다. 첫째, 지방의원은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 둘째, 경기도의회의원이 비위 (혐의)가 있는 전직 경기도 부지사에 대해 해야 할 일은 변호가 아니라 행정사무조사 등 진상 규명이다.

지방의원은 비회기에도 바쁘다
경기도의회 의원 연봉은 상위 15% 수준

의정활동 이외의 일로 두각을 드러내면서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의문을 받는 지방의원이 종종 나타난다. 이종배 서울시의회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은 ‘프로 고발러’로 꼽힌다. 주로 민주당 계열 인사들을 고발하는 활동으로 언론에 자주 등장해온 그는 의원 취임 이후 서울시와 무관한 사안을 두고도 연달아 고발장을 낸다. 이는 수사 및 사법의 과부하를 일으키고, 또한 그만큼 자신의 의정활동에 지장을 준다.

김광민 의원이 맡은 작업은 이 의원의 활동보다 스케일이 더 크다.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은 ‘대북송금’이라는 어마어마한 사건, 그리고 쌍방울그룹과 정치인이 유착한 중대 비위 혐의를 다투고 있다. 단독으로 국회 과반 의석을 점유한 제1야당의 대표이자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운명과도 얽혀 있다. 지방의원은 이런 일을 맡은 사람이 겸사겸사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경기도의회는 매년 정례회를 2회 열고 정례회 기간은 총 65일 이내이다. 한 회에 20일 이내의 기간을 소요하는 임시회까지 합친 연간 총회의 일수는 140일 이내다. 2023년 경기도의회의 실제 총회의 일수는 112일이었다. 올해 6월에는 11일부터 27일까지 정례회가 잡혀 있다. 오는 7월과 9월에는 각각 임시회가, 11월~12월에는 정례회가 열린다. 이화영 재판에 전력을 다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김 의원이 직면한 일정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광민 경기도의회의원이 소화해야 할 2024년 회기 일정. 물론 이것도 지방의원 일정의 일부일 뿐이다. 지방의원이 회기에만 일할 수는 없다.

지방의원은 비회기에도 바쁘다. 가령 조례를 대표발의할 때 그 준비 작업 상당 기간은 비회기에 걸쳐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에 따르면 2022년 7월 1일부터 2023년 6월 30일까지 1년간 전국 지방의원이 대표발의한 조례안은 1인당 평균 2.74건이다. 경기도의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광민 의원이 취임 이후 지난 2년여간 대표발의한 조례안은 2건이다. 정량 평가만으로 김 의원의 의정활동을 재단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2건을 발의하는 데 회의 기간만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자신이 잘 알 것이라는 얘기다.

조례 발의 준비 말고도 비회기에는 할 일이 많다.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지목할 행정의 문제점은 일 년 내내 파악해두는 게 좋다. 여기에 지역구 행사 참석이나 주민 또는 당원과의 만남까지 더하면 일정은 빼곡할 수밖에 없다. 행사나 면담은 주말이나 야간에도 이뤄진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동네를 산책하며 일감을 찾는 의원들도 있다.

경기도의회의원은 2024년 한 해에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를 합쳐 총 7411만원을 받게 된다. 근로소득자 상위 15% 이내에 드는 수준이다. 의정활동비(의정자료수집 및 연구비 월 150만원, 보조활동비 월 50만원)는 업무추진비와는 달리 의원 마음대로 쓰는 것이라서 급여에 가깝지만, 설령 이 금액을 전부 의정활동에 지출한다 치고 월정수당 5011만원만 소득으로 잡는다 해도, 이는 근로소득자 상위 30% 이내에 해당한다. 지방의원 보수는 ‘의정활동에 되도록 전념하라’는 의미다.

 

행정사무조사를 해도 시원찮을 일에 변호를?
‘김광민 겸직’에 침묵하는 언론과 시민단체 

김광민 의원이 해야 할 일은 전직 부지사를 변호하는 것이 아니다. 이화영 씨는 2018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경기도 부지사직에 있었다. 그리고 경기도 지분이 33.3%인 킨텍스에서 2020년 9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다. 현직 지방의원으로서 전직 부지사 내지 예전 경기도정에 대해 행정사무조사를 실시해도 모자랄 판에 전직 부지사를 변호한단 말인가.

지방의원은 다른 기관ㆍ단체로부터 여비ㆍ활동비 등을 지원받아 직무와 관련된 국내외 활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사전에 신고하고 의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만 가능하다). 지방의원 행동강령 제13조와 경기도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 제11조가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동강령을 지켜야 하는 지방의원이, 쌍방울그룹의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사적인 일에도 쓴 혐의로 재판을 받고 1심 유죄를 선고받은 이화영 씨를 변호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두 해 남았지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지방의회는 아래로부터 솟아오르는 정치 활동가의 공간이 아니라, ‘윗선’에 잘 보이려 줄 선 인사들이 직함과 급여를 빨아먹는 식민지로 변해갈지도 모르겠다. “000의 무죄 선고를 촉구하는 지방의회 결의안”, “000 재판부의 유죄 선고에 대한 규탄 결의안” 같은 것들이 통과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김 의원 겸직에 대한 시민단체와 언론의 침묵이 심상치 않다. 지방의원의 책무 방기와 겸직 실태를 비판하던 이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법에 걸리지만 않으면 비판에서 제외되는 것인가. 혹은 다른 이유가 있는가.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