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안동에 또 발전소···LNG 발전소 반대 나선 주민들

송전탑, 발전소 그리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
안동 LNG 추가 발전소 건립 두고 주민 반대 활동 나서
발전소 측은 "LNG발전소 환경 영향 미미"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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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풍산읍 매곡2리 새절골, 서복희(69) 씨는 집 마당에 설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하늘을 채운 송전선로 때문이다. 5년 전 시부모가 살던 집에 들어온 서 씨는 이곳이 점차 소멸하지 않도록 귀향하는 사람이 이어지길 바란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자꾸만 경관을 훼손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시설만 들어서는 듯해 다시 답답하다.

“자꾸 이런 것들이 들어오면 사람들이 오려고 하겠어요? 발전소가 또 들어온다는 이야기에 저 앞 집은 자식들이 귀향을 망설여요. ‘청정안동’이라는 말을 쓰기 부끄럽게 만드는 거죠. 안동을 정신 문화의 수도라고 자랑하면서 행동은 다르잖아요. 인구소멸 이야길 하는데, 그러면 사람이 살 수 있게 해야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걸 자꾸 만들면 사람을 쫓아 보내는 거에요. 내 자식들한테 여기 와서 살아라고 못하죠.”(서복희 씨)

(주)한국남부발전이 운영 중인 417MW 규모 LNG발전소 ‘안동복합 1호기’(안동시 풍산읍 괴정리 1031번지)는 2014년부터 가동됐다. 경북바이오 일반산업단지 안에 있는데, 한국남부발전은 이 지역에 2호기(550MW) 건설을 추진 하고 있다. 2022년 4월 산업통산자원부 산업발전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11월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했다. 현재는 안동시 건축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서 씨는 지금의 발전소보다도 더 발전용량이 큰 2호기가 들어선다고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발전소에서 더 많은 배기가스가 나올 것이고, 송전선로를 통해 더 많은 전기가 흐를 것이기 때문이다. 서 씨는 답답한 마음에 반대 목소리라도 내기로 했다. 대도시에서는 농촌에 자꾸만 들어서는 발전소와 송전탑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광역지자체 전력자급률은 경북(216%), 충남(214%), 강원(212.8%) 순이다. 반대로 서울, 광주(10%), 대전(3%)이 전력자급률이 낮다.

▲ 지난 4일 안동시청 앞에서 안동남부발전소 2호기 건설반대 주민대책위원회기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주민대책위원회 제공)

올해 2월, 주민반대대책위 조직
“2호기는 안 돼… 안동시가 발전소 영업사원” 비판

올해 2월 안동복합 2호기가 들어설 지역 인근 주민들은 ‘안동남부발전소 2호기 건설반대 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서 씨가 사는 매곡2리의 이장 김은현 씨도 대책위 3명의 공동대표 중 하나다. 대책위에는 발전소 인근 마을인 괴정리, 매곡2리, 신양리 등 주변 마을 사람들도 고루 포함됐다. 대책위는 장터와 안동시청 등에서 4차례 집회를 했고, 1인 시위도 하고있다.

대책위는 LNG 발전소로 인한 주민 피해와 환경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대책위 사무국장 김정년(64) 씨는 반대활동과 관련한 행정서류부터 LNG 발전소가 미치는 영향에 관련 논문 등을 한아름 챙겨 다닌다. 김 씨는 형광펜으로 밑줄이 그어진 논문의 일부분을 보여주면서 ‘질소산화물이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원래 이런 거 하나도 몰랐죠. 발전소에서는 뭐 어디 교수님을 데리고 와서 전문가의 말로 괜찮다고 자꾸 그러는데. 우리는 여기 살잖아요. OOO는 폐암에 걸렸고, △△△는 농사가 안되고, ㅁㅁㅁ네는 염소가 수정이 안돼서 새끼도 못 낳고. 공기도 안 좋고 하는 게 여기 살고 있는 우리가 느끼잖아요. 괜찮다고 하는 발전소나 전문가 말을 믿을 수 없어서 올해 초부터 공부해서 이 자료들을 다 직접 만들었어요.”(김정년 씨)

김 씨가 정리한 ‘질소산화물이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호흡기 문제와 대기오염, 심혈관 질환 등이 설명돼 있었다. 특히 발전소가 재가동하고 5시간 이내 환경물질 배출 규제가 없다는 점과 충북 음성 LNG 발전소 사례에서 확인한 일산화탄소 및 미연탄화수소 배출량 등이 언급됐다. 이런 내용을 근거로 환경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제공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 대책위 사무국장 김정년 씨가 LNG 발전소가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을 보여주고 있다. 김 씨는 “발전소의 말을 믿을 수 없어서 올해 초부터 관련한 내용을 직접 찾아서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남부발전 안동LNG 발전소 측, “환경 영향 문제 없다”

지난 4월 한국남부발전 안동빛드림본부 측은 상생협의체를 만들었지만, 반대 주민들은 요식적인 행위로 여긴다. 한국남부발전 안동빛드림본부장과 주민대표를 상생협의체 위원장으로 하고, 안동시의원 등을 외부위원으로, 남부발전과 각 마을 대표자(23명), 안동시 관계자가 참여한다. 상생협의체는 민·관·공의 정기적 소통채널 가동과 지역주민 의견수렴, 2호기 주민합의서 합의를 위해서였다.

김은현 이장은 “상생협의체에 들어온 사람들이 어떻게 주민 모두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나. 마을 주민들에게 문제를 알리거나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는다”며 “그래서 대책위를 통해서 집회를 하면서 주민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려고 하고 있다. 제대로 상황을 알리고, 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찬성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강조했다.

한국남부발전 안동빛드림본부 건설소 공사관리부 관계자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건강 및 환경 영향에 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시 가동할 때는 평균치보다 질소산화물 발생이 많은 것은 맞지만 발전소의 관련 기준 자체가 기준치가 낮게 설정되어 있다. 그 기준치를 이제 5시간 동안은 넘어도 되는 걸로 돼 있는데 그걸 넘어도 그 평균치가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보다는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경분쟁조정제도에서 LNG발전소의 환경 피해가 인정된 적이 한번도 없다. LNG 발전소는 대도시에 인접해서 운영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문제가 많으면 환경부에서 허가를 해주겠나”면서 “작년에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서 주민설명회가 있었고, 올해 2호기 건설과 관련해서 한번 했다. 주민 반대는 일부분”이라고 했다.

▲ 안동 LNG발전소 모습

발전소 인근 마을회관에서 만난 할머니들
“발전소 생기면 좋을 게 뭐가 있노”

발전소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수백 미터에 불과한 괴정리 마을회관에 모인 70~80대 마을주민들도 대책위 주민들과 비슷한 의견이었다. 마을회관에 있던 20여 명의 주민들은 대체로 발전소 건립에 부정적이었다.

강대임(86) 씨는 “일단 새벽에 웅 하는 소음도 있고, 공기도 오염되고 좋을 게 하나도 없다”며 “송아지도 수정이 안 돼서 축산도 접고, 사과 농사도 잘 안된다 하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춘도(76) 씨도 “발전소 옆에 있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맞장구 쳤다.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는 주민들도 여럿이었다. 괴정리 주민 김남기(79) 씨는 “집회 참석한 사람들도 있지만 마음은 가고 싶어도 보다시피 나이도 많고 거동이 불편하니까 못 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