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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특보가 발효된 대구. 열기를 뿜는 아스팔트에 흰색 민복을 입은 사람들이 엎드려 있다. 엎드렸다 일어서길 반복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들은 대구의 발달장애인 부모들이다. 이들은 장애인과 가족이 서로 살해하거나 자살하는 사건이 이어지는데도 우리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며 길거리로 나왔다.
11일 오전 10시 30분,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는 산격동 대구시청사 앞에서 발달장애인 가정 생명보호정책 지원체계 구축 촉구 오체투지를 열었다. 작년 11월 동인동 대구시청사 앞 오체투지 당시 얼음장 같았던 아스팔트는 6개월이 흐른 이날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참사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죽음을 막기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이 보이지 않았기에 장애인 부모들은 몸으로 고통을 표현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2022년 10개, 2023년 10개. 지난해 오체투지 이후 2024년에는 3개 가정에서 발달장애인의 참사가 되풀이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서 사망한 장애인 일가족이 60대 어머니와 40대 자매 모두 중증 지적장애인이었다는 소식에 대구의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남 일이라 외면할 수 없었다.
이들은 “우리는 살게 해달라고, 죽음을 멈추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장애인 가정의 죽음방지정책을 마련하라며 몸을 굽히고 외친다”라며 “발달장애에 대한 국가 대책 부재로 그 책임을 오로지 가족에게 전가하는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24시간 지원체계를 요구했으나 발달장애인 자립과 지역사회 통합은 멀기만 하다”라고 한탄했다.
이들은 대구시에 핵심적으로 발달장애인 가정을 위한 지원주택과 주거유지서비스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 지원기본계획 마련 ▲지원주택과 주거유지서비스 도입 ▲지원주택 및 주거유지서비스 조례 제정 ▲발달장애인 전문 지원을 위한 가족지원센터 설치 ▲발달장애인 집중 사례관리 사업 실시 ▲사회적 고립 발달장애인을 찾기 위한 전수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지난해 오체투지에도 아무런 답이 없다. 그래서 다시 오체투지를 시작한다. 대구에서도 최근 세 건의 참사가 있었다. 대구시와 의회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라며 “지난 21일 면담요청서를 보냈지만 의회도 시청도 의미 있는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 장애인과 그 가족이 죽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사회를 바꾸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산격동 대구시청사 앞에서 대구도시개발공사 앞까지 약 1.7km 구간을 오체투지 방식으로 행진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