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점검, 방송작가, 돌봄, 도시가스 노동자 “최저임금·생활임금 적용 확대하라”

    11일민주노총 대구본부 주최 ‘대구지역 최저임금‧생활임금 당사자 증언대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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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있을까. 흔히 ‘일한 만큼 번다’고 하는 이들의 노동권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주요 화두는 특수형태근로(특고)·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경영계는 이들이 최저임금법상 노동자가 아니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최저임금과 생활임금 적용 확대를 요구하며 전문가, 당사자가 함께 현황과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11일 오전 민주노총 대구본부 주최로 ‘대구지역 최저임금‧생활임금 당사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요구하는 당사자 증언에는 가전제품 방문점검원, 방송작가가, 생활임금 적용 확대와 관련해선 아이돌보미, 도시가스 노동자가 나섰다.

    ▲11일 오전 11시 전교조 대구지부 대강당에서 ‘대구지역 최저임금 생활임금 당사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전문가 패널로 참석한 백남주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노동 특성상 유류비 등 각종 부대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에서 임금 기준이 설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저임금위원회가 2021년 진행한 연구용역 ‘플랫폼 노동자의 생활실태를 통해 살펴본 최저임금 적용방안’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택배, 가사서비스, 음식배달, 대리운전) 213명을 대상으로 실수입을 산정한 결과, 이들의 시급은 7,289원이었다. 월수입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한 수치로, 2021년 최저임금인 8,720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백 연구위원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뉴욕시가 발표한 배달노동자의 최저 보수가 뉴욕시 최저임금보다 높은 것을 예시로 들며 “최저임금법 안에 특고 노동자를 편입시킨다면 이들에게 맞는 새로운 기준 설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면 된다. 당장 최저임금법 개정이 어렵다면 정부가 주도해 산업별 위원회를 구성하고 각각의 적정임금을 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의 주요 판단지표인 ‘지휘‧통제’를 받으면서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는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전경선 코웨이 방문점검원(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코디코닥지부 대경본부장)은 “방문점검원은 회사로부터 관리‧감독을 받는다. 회사는 업무상 드는 비용을 청구하면 책임을 회피하고 영업력이 필요할 땐 회사의 직원임을 강조한다. 근로기준법 노동법상 사각지대에 놓여 내 돈을 써 가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지현 방송작가(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장)도 “방송작가는 제작 필수 인원임에도 한 번도 정규직이 된 적 없다. 매일 라디오 방송을 해도 월 170만 원 수준을 받는데 방송국은 프로그램을 더 하라고만 한다. 20년이 넘도록 원고료 조정이 없었다. 라면 한 봉지 가격이 400원 대에서 1,000원대로 오르는 시간 동안 방송작가들의 원고료는 변함없었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정부 차원에서 ‘방송작가 노동환경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진단을 위한 정책연구 및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넘어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방송작가, 웹툰작가, 소설가 등 창작 예술가 직군의 특성 파악과 업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구시가 올해 처음 도입한 생활임금 제도와 관련해서도 전문가,‧당사자들의 발표도 이어졌다.

    한편 이날 증언대회에선 생활임금 제도와 관련한 논의도 진행됐다. 대구시는 생활임금을 전국에서 가장 늦게 도입했고 적용 범위도 ‘시 소속 근로자’로 제한적이다. 올해 대구시 생활임금은 시급 1만 1,378원으로, 최저임금보다 1,518원 많다.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대구시의 올해 생활임금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평균보다 161원 낮고, 최고금액인 광주광역시의 12,760원보다 1,382원 낮다. 빈곤선 주위를 벗어나지 못한, 낮은 수준이라 평가한다”며 “생활임금을 정하는 생활임금 위원회도 문제다. 적용 대상 기관에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많은데도 민주노총이 빠져있다. 경총은 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장영대 공공운수노조 대구지역지부 사무국장은 “생활임금 조례에 따르면 대구시는 적용 기준을 고용의 형태가 아닌 업무의 공공성 여부에 둔 걸로 보인다. 대구시에 도시가스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도시가스 사업은 시가 대성에너지에 민간위탁한 사무가 아닌, 허가를 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며 “생활임금 조례를 지금보다 넓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성구에서 아이돌보미로 13년째 근무 중인 구미숙 공공연대노조 대구본부 돌봄지부 지부장은 “대구시와 기초지자체는 아이돌보미와 생활지원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자체 예산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서 우린 전국에서 가장 낮은 처우를 받고 있다. 타 지자체는 국가책임제를 일부라도 실현하기 위해 아이돌보미 본인부담금을 20%~100%까지 지원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위탁하는 돌봄노동자들에게도 생활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we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