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경산시 최초로 발의된 주민발안 조례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됐다. 부결된 주민발안 조례안은 ‘집단급식소 종사자 건강증진을 위한 조례안’으로, 급식종사자 폐암이 직업성 암으로 산재 인정된 사례가 이어지는 상황에 집단급식소 종사자 조리 환경 개선과 건강 보호를 위해 추진됐다.
10일 오후 2시, 경산시의회는 제255회 정례회 제1차 행정사회위원회 회의를 열고 경산시 집단급식소 종사자 건강증진 조례안을 심의했다. 조례안은 행사위 소속 의원 7명 중 찬성 2명, 반대 5명으로 부결됐다.
주민발안 조례란, 지난 2월 시행된 주민조례발안에관한법률(주민조례발안법)에 따라 지역민이 지방의회에 조례 제정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주민조례발안법에 따르면 청구권자는 18세 이상 주민으로, 해당 지방의회에 조례 제정, 개정, 폐지를 청구할 수 있다. 주민조례청구 요건은 지자체 조례에 따르는데, 경산시의 경우 경산시 청구권자 총수의 70분의 1(3,307명) 이상이 서명해야 한다. 조직위는 이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경산시민 4,180명의 서명을 얻어 경산시의회에 청구했다. 경산시의회에 따르면 유효 서명은 3,557명이다.
이날 심의에 앞서 주민발의를 청구한 경산 주민대회 조직위원회(공동대표 남수정, 최광용, 박정애, 정진구)가 행사위원회 회의장에 출석해 청구 취지를 설명했다. 남수정 공동대표는 2021년 학교 급식실 노동자 폐암 사망이 산재 승인된 이후 유사한 산재 승인 사례가 다수 나오고 있다”라며 “급식노동자 폐암 발병률이 일반 여성 폐암 발생률과 비교하면 크게는 16배에 달한다. 학교급식실뿐 아니라 1회 50명 이상에 식사를 제공하는 집단급식소도 문제로, 병원, 공장, 사회복지시설 등의 급식소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방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조례안은 경산시장이 집단급식소 종사자 건강증진, 근무환경 개선 등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한다. 조례안에는 의무 규정으로 시장이 종사자 건강증진 및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업무 관련성이 있는 질병에 대한 진단과 예방 사업, 환기시설 등 개선 사업 등을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민간이 운영하는 집단급식소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과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심의 과정에서는 행사위 소속 의원들은 ▲다른 법령이나 조례와 중복되는 점 ▲타 직군과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상위법이 마련되지 않은 점 ▲민간사업자의 의무까지 경산시가 도맡을 수 있는 점 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상임위 부결에 남수정 공동대표는 “상당수의 시민이 발안에 참여했는데, 시의회 상임위 차원에서 한 번의 논의로 부결했다. 본회의에서 논의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 허탈하다”라며 “조례안을 준비한 조직위도 노력해야 하지만, 집행부나 의회도 주민발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조력해야 했는데 조력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11일 경산시의회 앞에서 부결에 따른 규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