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개원 일주일, 대구·경북 의원 1호 법안은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5월 30일부터 6월 5일 사이, 지역 의원 25명 중 9명만 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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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 오픈런을 한다. 지난달 30일 국회가 개원하면서 의원들은 22대 국회 ‘1호 법안’ 타이틀을 얻기 위해 의안과 앞 밤샘 대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22대 국회 1호 법안도 그렇게 접수됐다.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지난달 27일 오전 9시부터 3박 4일 동안 의안과 앞에서 보좌진들과 함께 대기한 끝에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전부개정법률안’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스스로 시각장애인이기도 한 서 의원은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의 이동권 증진 방안을 전반적으로 손보는 법안을 준비했다. 의안번호 2200001이다.

대구·경북 1호 법안은 김석기,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이인선도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첫 법안으로 제출

그렇다면 대구·경북 의원들 중 1호 법안은 누가 제출했을까. 김석기 의원(국민의힘, 경북 경주시)이다. 지역구인 경북 경주에 월성원자력발전소를 두고 있는 김 의원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서 의원이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제출한 당일 여섯 번째 순서로 제출되어 22대 국회 6호 법안, 의안번호는 2200006 이다.

김 의원의 1호 법안은 원자력발전소가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관리할 고준위 방폐장 건립에 관한 절차와 해당 지역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발의돼 꽤 긴 논의가 이뤄졌지만 임기만료폐기된 바 있다. 지난해 5월 21대 국회 임기만료를 앞두고 고준위 방폐장 법안 처리가 가시화된다는 의견이 나오자 경주에선 지역시민단체가 나서 법안 폐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같은 내용의 법안은 이인선 의원(국민의힘, 대구 수성구을)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내놨다. 이 의원도 국회 개원 첫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과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의안명만 약간 다를 뿐 내용적으론 동일해서 실제로 논의가 진행되고 입법까지 이르게 된다면 대안반영돼 처리될 공산이 크다.

▲지난 5월, 21대 국회가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제정을 가시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경주시청 앞에선 탈핵경주시민행동이 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정재 의원(국민의힘, 경북 포항북구)도 같은 날 법안 발의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2건을 발의했는데 모두 의대와 관련되어 있다. 김 의원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발의했는데, 두 법안 모두 의대 평가 인증 절차에 대한 일부 규정을 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보훈대상자 급여 현실화 나서는 김승수
탄소중립 정보 대중화 나서는 임이자

개원 이튿날인 31일에는 김승수 의원(국민의힘, 대구 북구을)이 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모두 4건을 발의했는데 각각 참전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이들이 고령이고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며, 참전명예수당이나 생활조정수당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각각 지원법에 담는 개정안을 제출한 것. 김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각 법안은 참전유공자에게 지급되는 참전명예수당 42만 원과 보훈보상대상자나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에게 지급되는 생활조정수당 최대 37만 원을 인상하는 걸 골자로 한다. 인상을 정액으로 하지 않는 것이 독특한 지점이다.

4개 법안(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동일하게 지급 대상자 본인 및 동거가족의 소득인정액과 수당을 합산한 금액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기준 중위소득의 60%가 되도록 정하는 방안을 담았다.

2024년 2인가구 중위소득은 약 368만 원으로 60%는 약 221만 원꼴이다. 2인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개인 근로소득 등 기타 소득을 제외하고 221만 원에 부족한 금액을 해당 수당으로 채워주자는 의미인데, 다른 국가 지원 연금 및 수당과 관계, 소득이 기준금액을 초과할 경우, 전혀 없을 경우 등 고려해야 할 것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국회의원들 중 개원 후 일주일 새 법안을 발의한 이는 9명이다. 윗줄 왼쪽부터 김승수, 이인선, 구자근, 김석기, 김정재 의원. 아랫줄 왼쪽부터 송언석, 이만희, 임이자, 임종득 의원.

전문 영역 중심으로, 임이자·송언석·임종득

임이자 의원(국민의힘, 경북 상주·문경시)은 3일에 첫 법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임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부터 기후위기 대응 관련법안 발의에 열성을 보였다. 21대 국회가 제정한 기후위기탄소중립기본법도 임 의원이 발의한 법안 등을 함께 검토해 대안반영으로 제정됐다.

새로 내놓은 법안은 기후위기적응정보통합플랫폼 구축 및 운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후위기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기후변화가 생태계, 대기, 물환경, 산림, 산업, 방재 등에 미치는 영향과 취약성, 위험 또는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조사·평가하는 기후위기적응정보관리체계를 구축 및 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기후위기적응정보통합플랫폼은 이렇게 수집된 정보에 지자체나 전문가, 국민 등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송언석(국민의힘, 경북 김천시), 임종득(국민의힘, 경북 영주시·영양·봉화군) 의원은 4일에 각각 첫 법안을 발의했다. 송 의원은 4일에만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두 건을 발의했는데 둘 중 먼저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종합소득세 소득금액 기본공제 금액을 상향하는 내용을 담았고, 곧이어 발의한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았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송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법안 88건을 대표 발의했는데, 그중 5건이 소득세법 개정안이다. 소득세법 개정안 뿐 아니라 개별소비세법, 법인세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세금 관련 법안 개정안만 11건 더 대표 발의하는 등 깊은 관심을 보였다.

임 의원은 국방 분야 출신이라는 전문성이 드러나는 법안을 첫 발의했다. 임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오래 군에 몸담았고,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2차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4일 임 의원은 ‘방위산업기술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는데, 5일과 7일에도 연이어 같은 이름의 법안을 발의했다.

4일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방위산업기술을 해외로 유출할 경우 현행 처벌 조항은 20년 이하 징역 또는 20억 원 이하 벌금형이지만, 이를 1년 이상 유기징역과 20억 원 이하 벌금을 병과하도록 했다. 또,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이가 그 권한이 소멸돼 반환을 요구받았음에도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대상기관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반환을 거부하거나 기피 또는 사본 보유 행위를 못하도록 추가 규정했다.

구자근(국민의힘, 경북 구미시갑), 이만희(국민의힘, 영천시·청도군) 의원은 5일에 각각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민방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첫 법안으로 내놨다.

구 의원이 발의한 참전유공자 예우법은 김승수 의원이 발의한 것과 취지는 동일하지만, 내용에서 차이를 보인다. 김 의원 중위소득 60%를 기준으로 참전수당을 통해 소득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한 반면 구 의원은 참전명예수당을 다른 보훈급여금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병급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수당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1인가구 최저생계비와 동일하게 지급하도록 했다. 1인가구 최저생계비는 2023년 기준 약 124만 원이다. 구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모두 임기만료폐기됐다.

▲지난 2일 경기도 안산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위로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이만희 의원이 발의한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은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한 법안이다. 이 의원은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으로 민간에서도 피해가 발생했지만 이를 보상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문제점을 교정하기 위해 민방위기본법에 지원 근거를 담아냈다.

이 의원은 “최근 북한에서 대남 오물 풍선 살포 등과 같은 도발을 자행하고 이로 인한 우리 국민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나 현재 별도의 보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피해 복구 지원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제안 이유를 밝히면서 민방위사태가 발생하지 않아도 적의 침투 및 도발로 국민 피해를 입었을 경우를 피해 지원과 같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법안에 담았다.

한편, 5월 30일부터 6월 5일까지 7일 동안 22대 국회의원 300명 중 84명(28.0%)이 법안 174건을 발의했다. 84명 중 강유정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 박충권 의원(국민의힘, 비례)이 8건으로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108명 중 36명(33.3%)이 법안을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은 171명 중 45명(26.3%)이 발의했다. 조국혁신당도 12명 중 3명(25.0%)이 법안을 발의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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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