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동상 공모전 (4) 춤추는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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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진흥법 제9조에 따르면 1만㎥ 이상의 건축물을 설치할 때는 건축비용의 0.7% 이상의 범위에서 회화, 조각 등 조형물을 설치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 조성된 공공 조형물은 2만 점이 넘는다. 예술적 가치가 높고 주민들의 호응을 받는 조형물도 없지 않지만, ‘애물단지’라고 손가락질 받는 사례도 점점 늘어난다.

‘흥겨운 우리가락’이라는 금속 조형물이 있다. 2015년 세종시 국세청 앞에 설치되었다. 한복과 갓을 착용한 남성이 양팔을 벌려 날아오르듯 춤사위를 펼치는 형상이다. 작품 설명은 이렇다. “동작이 우아하고 품위를 강조한 한국무용으로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표정이 섬뜩해 보이고 재질까지 차갑게 느껴져 ‘저승사자상’으로 불리우고 말았다. 끝내 2019년 철거되어 창고로 들어갔다.

“勤儉節約 國論統一(근검절약 국론통일)”. 박정희가 1975년 1월 1일 남긴 휘호 문구다. 1970년대 한국의 경제 수준은 중남미의 멕시코, 칠레 등과 비슷했지만 민간 소비 성향은 그들 나라보다 훨씬 낮았다. 애써 만든 공공 조형물은 창고에 박아둔 채, 시 예산으로 새롭게 박정희 동상을 제작하려는 대구시정은 박정희 정신을 밟아버리고 있지 않은가.

‘흥겨운 우리가락’을 박정희 동상에 재활용하자. 박정희가 갓을 쓴 적이 있는지 의아하다고? 여러분이 추앙하시는 ‘갓정희’를 형상화한 것으로 봐주시라. 박정희와 안 닮았다고? 뒤샹은 변기를 ‘샘’이라 부르기도 했다. 세상사 마음 먹기 나름이다. 밤에 보면 무섭다고? 일순간 놀란 사람도 이내 웃을 것이다. 박정희를 싫어하는 사람도 박정희인지 모르고 인증샷 찰칵. 동대구역 명물이 된다.


박정희 비판자도 참가해 예산을 절감하는 박정희 동상 공모전!
아이디어 응모는 sumin-gumi@daum.net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