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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시작 후 만 4년에 이르는 동안 갈등이 깊어져만 가는 대구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는 취약한 지자체의 인권 역량을 드러내는 사례다. 이 사례를 통해 사원 문제 해결과 지역의 인권 증진을 위한 지자체 역할을 되짚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지자체 역량 강화를 위한 전담 조직 필요성, 국가인권위의 지역인권사무소 역할 재정립 필요성 등이 제기됐다.
31일 오후 2시 대한변호사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변헙에서 ‘혐오와 차별을 넘어 지역 인권증진으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차별과 혐오와 관련한 지자체 책무를 살펴보고, 무슬림 유학생을 비롯한 이주 배경 주민들의 권리 증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는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대한변협 차원에서 꾸린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 갈등 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가 진행됐다.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는 대구이슬람사원건축갈등 조사단 소속 박정민, 김동창, 김보라미, 최선영 변호사, 노정환 국가인권위 팀장, 육주원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이재원 대한변협 난민이주외국인특위 변호사, 김창호 일본변호사연합회 변호사, 김태은 국가인권위 조사관이 나섰다.
조사단은 총 8명으로 꾸려졌으며, 대한변협 5명, 대구지방변호사회 소속 3명의 변호사로 구성됐다. 이들은 사원 관련 여러 이해 관계인의 종합적인 입장을 듣는 것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했다. 다만 대구시 측과 주민 측은 면담에 응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조사 결과 관할 지자체인 북구청의 초기 역할 실패가 갈등 격화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인권 문제에 대한 기관 간의 체계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이해단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갈등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북구청의 중재 시도는 실질적 중재로 나아가지 못한 한계가 있다. 당사자 쌍방을 마주 앉혀 언성만 높아지게 할 뿐 중재 소임을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질적으로 사원을 평화적으로 건축해 화합하도록 한다는 목표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종교의 자유, 재산권 보호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채 중재에 나선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치행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건축주 측은 5년 이상 예배소로 사용하던 곳을 증축하려 부지 매입, 북구청 문의 후 공사 보완을 위한 추가 매입 조치 등에도 나섰다”며 “그런데 공사 시작 이후 민원을 이유로 위법한 공사중지명령에 나섰다. 재판에서 위법이 확인되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주도 갈등 중재, 효과적 방안은?
조사단은 대구시, 시의회, 경북대 등 책임기관도 중재에 나서지 않았다며, 갈등관리를 위한 제도 정비 필요성도 제기했다.
조사단은 “이주민과 관련한, 특히 종교 특수성이 있어 이주민 전담 조직의 필요성도 있다. 공사 초기 건축주와 주민의 대화 타협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자체에 갈등 중재를 위한 이주민 전담 조직 구성 제안한다. 이슬람 배경 이주민과 평화적 공존 요소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조사단은 “국가인권위가 사원 갈등 문제와 관련해 인권침해에 대해 판단했는데도 대구시와 북구청은 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역할도 하지 못했다”며 “국가 중심으로 설계된 인권 기구가 지역에서도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인권보장 프로세스와 결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단은 지자체의 독립적 인권 기구 마련, 지역인권사무소 역할 재설정 등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박정민 변호사는 대구 북구청의 대응 문제를 지적하며, 갈등 예방을 위해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지자체 역할 수행을 위해 지자체 내 이주민 전담 조직 구성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동창 변호사는 주민과의 면담 불성사에도 불구하고 관련자들을 통한 간접적 조사를 통해 주민 정서를 살펴 소통을 이어갈 방안을 살펴봤다.
노정환 팀장은 이슬람 사원 갈등을 계기로 지역 인권 증진을 위한 인권사무소 역할 재정립 필요성을 제안했다. 노 팀장은 “북구청이나 대구시가 인권책무기관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염두하지 않은 점이 핵심으로 보인다. 북구청은 건물 증축 공사에 대한 행정적 처리 수준의 인식으로 대응했다. 대구시도 인권책무이행자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며 “인권 문제에서 지자체가 관련 업무 담당 부서와 인권담당 부서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 인권 현안 발생 시 이 같은 협력 체계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육주원 교수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소속감의 정치’ 속에서 일상적 국경이 지어지는 현상을 분석했다. 북구 이슬람사원 문제는 혐오의 정치화 속에서 국가기관의 역할 부재로 방치돼 있는데, 이는 ‘국민우선’을 내세운 세력이 자경단처럼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사원 갈등 과정에서 제기된 혐오 표현 문제와 혐오 표현 문제에 역할을 하지 않는 행정 부재 상태에 대해 지적했다. 김창호 변호사는 일본의 무슬림 혐오 관련 사례를 설명하며 이를 통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초기 대화와 상호 이해 중요성, 지자체장의 중요성, 신속한 재판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태은 조사관은 혐오표현, 구체적으로 인종차별과 혐오표현 문제를 분석하며 이에 대한 근절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돼지머리 게시’ 등 실제 사원 갈등에서 확인된 혐오차별 실태를 분석하며, 이에 대한 지자체의 역할 부족과 대응 방향을 제안했다.
최선영 변호사는 혐오표현에 대한 현행법상 규제를 설명하고 적정한 규제 방법을 모색했다. 이재원 변호사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한국의 여러 경험 사례를 설명하며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갈등 해결 필요성에 대해 제시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