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일해도 7급으로 퇴직”···대구서도 소방관 처우 개선 요구

15:40
Voiced by Amazon Polly

전국 소방관들이 구조구급활동비 지급 확대와 승진 적체 해소 등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올해 구조구급활동비가 27년 만에 인상됐지만, 전체가 아닌 일부에게만 지급되는 점, 소방공무원의 85%가 7급 이하 말단 공무원으로, 일반공무원 대비 최하위직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30일부터 31일까지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해결을 요구했다.

구조구급활동비는 구조구급 업무를 맡는 소방공무원에게 매달 정액 지급되는 경비다. 행정안전부는 27년간 10만 원이던 구조구급활동비를 올해부터 20만 원으로 인상했다. 지급 대상도 기존 119안전센터 구급대원, 구조대, 소방정대, 항공대 및 소방서의 구조구급업무 담당 공무원에서 펌뷸런스(구급 장비를 보유한 소방 펌프차), 펌프구조대원까지 확대했다. 행안부는 내년도 예산 편성을 위해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개정에 대한 의견 수렴을 31일까지 받고 있다. 소방청은 구급지휘팀 및 구급상황관리센터 정도로만 확대 의견을 냈으나, 노조는 이를 전체에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

노조는 수당을 받는 기준이 지자체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모두 국가직으로 전환됐는데, 소방 예산의 대부분은 아직도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 구조구급활동비도 지자체 예산 소관으로 남아 있어 지급 대상 문구를 각 시도가 해석하는 바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원 책정 기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의 85%는 7급 이하다. 9급은 40%에 달하며, 6~7급은 20% 미만이다.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 9급이 10%, 6~7급이 50% 이상인 만큼 소방공무원은 불균형이 심각하므로 정원 책정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31일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소방지부가 구조구급활동비 지급 확대와 승진 적체 해소 등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31일 오후 2시 동인동 대구시청 앞에서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소방지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소방공무원 정원 책정 기준 비율 조정 ▲구조구급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소방관에게 구조구급활동비 지급을 요구했다.

윤명구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소방지부장은 “항아리 형태인 일반직 공무원 직급구조와 비교하면 소방공무원은 극단적인 피라미드 형태로, 최하위직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상대적으로 승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구조구급활동비 지급기준 문제도 심각하다. 같은 재난 현장에서 함께 노력한 소방관에게 보직에 따른 활동비 차별은 있을 수 없다. 상대적 박탈감이 조직 내부 결속력을 저해하고 현장 대응에 악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지부장은 이 외에도 소방서장·소방정 계급의 무소불위에 대한 견제 장치 마련, 만성적인 인력부족과 열악한 처우에 대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소방관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근무하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조창현 전국공무원노조 대구본부장은 “정상적으로 은퇴한 공무원 가운데 사망 연령이 가장 낮은 직군이 소방직, 가장 높은 직군이 판·검사이다. 악조건 속에서 유독가스를 마시며 위험에 노출된 채 근무하고, 언제 출동할지 모르는 일상적 불안감이 이들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다”며 “이들이 공무원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홍준표 시장에게도 “홍 시장은 타 도시 시장과는 다르다. 거대 보수정당의 당 대표를 지내 중앙정치에 훈수까지 두는 위세를 갖고 있다. 그렇게 힘 있는 시장이 왜 소방공무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라며 “박정희 동상을 짓는 것 보다 노동자에 대한 기본적 존중과 시장의 역할이 우선”이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