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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추경에 14억 5,000만 원을 예산으로 배정했고, 이 중 일부로 올해 말까지 동대구역 광장에 동상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반면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범시민운동본부를 정식 출범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지속적인 갈등이 예상된다.
29일 오후 6시 30분 박정희우상화반대범시민운동본부(범시민운동본부)가 출범식과 함께 홍준표 시장 규탄 시민대회를 열었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한 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 3월부터 홍 시장의 박정희 우성화 사업에 반대하며 1인 시위, 천막농성, 서명운동, 성명서 발표 등 활동을 이어왔다.
범시민운동본부는 대구시에 박정희 우상화 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할 것을, 홍 시장에 불통 행정을 멈추고 시민 권리와 의견을 존중할 것을 요구했다. 출범식 이후에는 언론 광고, 조례 폐지청구 서명운동, 박정희 바로알기 캠페인, 국회토론회, 전국연대활동 등 동상 건립 저지 활동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민주주의의 대구 공동체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대구시가 대구의 관문 동대구역과 교육의 공간 대구도서관 앞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겠다 한다. 대구시와 시의회는 시민의 대표기관 역할을 저버리고 홍 시장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일사천리로 우상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박정희 망령을 불러내고 있는 홍 시장과 대구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엄창옥 범시민운동본부 대표(경북대 명예교수)는 “박정희 기념사업 영향이 동대구역까지 미치는 건 단순히 논쟁적인 인물에 대한 일부 인사들의 지지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라며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고통을 이겨낸 민중의 피땀을 무시하는 작태이고 탈법적 탄압을 당한 민주주의 인사들을 두 번 죽이는 범죄이다. 대구시의 민주주의와 정의가 실현되는 날까지 결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민대회에는 각계각층에서 참여해 규탄발언을 이어갔다. 대구경북원로시민회의를 대표해 나선 임대윤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역사는 민심이 흐르는 물길을 따라서 흐른다. 그러나 오늘날 윤석열과 홍준표의 빗장 앞에 역사의 전진이 막혀 있다. 민주와 평화, 자유는 저항을 전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만약 우리가 박정희 동상 건립 저지에 실패한다면 전두환 동상도 홀연히 나타날지 모른다. 우리가 지키는 가치가 정당하다고 판단하면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박정희 우상화 이면에는 많은 이의 상처와 희생이 숨어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제4차 산업혁명 뒤 인권과 자유에 제한이 있고 민주주의 억압으로 많은 부작용을 겪고 있다. OECD 국가 중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극심한 나라이기도 하다”며 “박정희 우상화를 반대하는 건 지난 산업화 시대 오류를 바로잡겠다는 것, 미화를 통해 과거를 추앙하는 누를 범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미 설치된 박정희 동상의 철거를 요구 중인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경주범시민운동본부의 이광춘 씨도 이날 시민대회에 참여해 발언했다. 이 씨는 “박정희의 산업화, 경제부흥을 인정하지 않는다. 역사, 정치 속에서 새롭게 박정희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군사쿠데타로 18년간 이뤄진 독재로 노동자, 민중이 피와 땀으로 일군 노력이 가려졌다”며 “공과가 동일선에서 얘기되어선 안 된다. 대구는 아직 동상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앞장서서 동상 건립을 막아달라”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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