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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지난 2022년 대구시가 무상급식 특별감사 결과를 근거로 대구교육청에 보조금 환수 처분을 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대구광역시를 상대로 대구교육청이 제기한 소송이 원고의 적격성이 부재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했다. 법원의 최종 결정이 각하로 결론나긴 했지만, 보조금 환수 처분 자체에 대해선 위법하다고 판단해, 대구시의 잘못된 처분으로 이뤄진 소송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대구시 환수 처분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9일 대구지방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채정선)는 대구시의 무상급식 환수 처분의 적절성을 따지는 소송에서 “보조금 통지 환수 처분이 위법하다는 보충적 판단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본안전 항변에 따라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건은 원고(대구교육청)가 피고(대구시)의 보조금 환수 통지에 대해 처분 사유가 부존재하고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주장했다”며 “피고는 본안 전 항변으로 대구광역시인 원고 교육감이 대구광역시 대표자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소는 원고가 자신을 상대로 제기한 것이어서 권리보호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로서 대구광역시는 1개 법인일 뿐이고 사무 영역에 따라 시장과 교육감이 별개 대표기관으로 병존할 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육감이 ‘대구광역시’를 대표해 대구광역시장이 대표하는 ‘대구광역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와 마찬가지여서 자기가 자기를 상대로 제기한 소이므로 권리 보호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원고 적격성 문제는 소송 시작부터 제기된 쟁점이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결론이다. 지난해 8월 열린 첫 심리에서 대구시 소송대리인은 이점을 짚으면서 소송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때문에 대구교육청 측 소송대리인도 원고 적격성 지적에 대해선 크게 반론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에 대해선 재판부가 적법 여부를 가려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당사자들 사이에 보조금 환수 통지 적법 여부를 적극적으로 다투어 심리가 이뤄졌으므로 보충적으로 적법 여부를 살폈다”며 각하 결정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환수 처분 적법성을 살폈고 위법하다는 판단을 덧붙였다.
재판부는 “사업의 학교급별 예산액이 선행값으로 고정되어 있다 보기 힘들고, 합의된 학교급별 분담 비율에 따라 집행액을 정산하는 것이 사업 계획 내용에 부합한다”며 “원고(대구교육청)가 학교급별 집행 잔액과 부족분을 합의된 학교별 분담 비율에 따라 충당해 정산한 것은 합의된 학교급별 분담 비율에 집행액을 맞추기 위한 것이어서 사업 게획을 준수한 것이 된다. 따라서 보조금 환수 통지 처분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가 원고 적격성을 이유로 소송은 각하 처분했지만, 보조금 환수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함으로 해서 2022년 대구시 특별감사의 정당성을 허문 셈이다. 당시 대구시는 교육청이 초등, 중등, 고등으로 구분된 학교급 간에 특정 학교급에서 예산 부족이 발생하면 기관 협의를 통해 급 간 여유 예산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쓰고 남은 잔액을 반납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 24억 원 환수를 결정했다.
대구시 처분이 위법하다는 걸 전제로 해서 보면, 각하 처분의 원인이 된 원고 적격성 문제도 대구시 귀책이 더 크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대구시가 정당한 처분을 한 것에 대해 대구교육청이 불복하고 소를 제기해 각하 결정까지 받았다면, 대구교육청의 몽니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엔 대구시가 위법한 처분을 해서 대구교육청이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유발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무상급식 보조금 환수 분쟁 해결의 주체는 대구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가 보조금 환수 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한 법원 판단을 수용해 환수 처분을 철회한다면 문제는 일단락되겠지만, 이를 고수한다면 대구교육청도 또 다른 법률적 대응을 고민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교육청은 판결문을 검토한 후 추후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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