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박정희 동상보다 도심 석탄 발전소 폐쇄부터 해야”

대구기후위기비상해동, 시민인식 설문조사 진행
설문에 서구 시민들 상당수 참여···악취, 대기오염 고충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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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환경단체 및 시민들이 대구 도심에서 발전하는 석탄 연료 열병합발전소에 대한 지역민 설문 결과를 전하면서, 재차 폐쇄 촉구에 나섰다. 설문에는 대구염색산업단지(대구염색산단)가 위치한 서구 주민들이 상당수 참여했고, 악취와 대기오염 등의 문제를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은 중구 동인동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인식 조사 결과, 악취와 매연의 원인이 석탄화력발전이라고 주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시민들은 대구시를 문제 해결의 주체로 생각했다. 대구시가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염색산단 내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를 위해 노동자·주민·환경단체가 참여하는 문제조정위원회 구성과 석탄 연료 대체, 정의로운 전환을 포함한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 24일 오전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이 대구 중구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심 내 열병합발전소 폐쇄를 촉구했다. 발전소로 인한 대기오염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 서구에 조성된 대구염색산단은 1987년부터 가동하는 열병합 발전소가 있고, 주원료로 석탄을 쓴다.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에 따르면, 도심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는 광역시는 인천과 대구 2곳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시민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1,360명(대구시민 1,321명, 타지역 39명)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응답했는데, 특히 응답자 상당수인 서구 주민(825명, 60.7%)은 염색산단 때문에 입는 피해(복수응답 가능)를 악취문제 93.6%, 대기오염 문제 84.7%로 크게 체감하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 94.8%(1,289명)가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고 답했고, 개선방법으로는 ‘설비를 현대화해서 타지역 이전’이 51.5%(701명), 즉시 폐쇄 24.7%(336명), ‘연료를 석탄 대신 LNG로 바꿔 대기오염을 줄여야 한다’는 20.9%(284명)가 선택했다.

응답자 73.9%는 문제해결 주체로 대구시를 지목했다. 응답자들은 “석탄화력이 현재까지 남아있다는 것이 놀랍고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 홍준표 시장이 박정희 동상 건립을 신경쓰기 보다 발전소 폐쇄를 먼저 진행해야 하는 거 아닌가”, “2023년 5월 평리뉴타운에 입주한 후로 매일 탄내를 맡으면서 살고 있다. 심하면 헛구역질도 할 정도”, “염색산단 인근 재개발을 지정해 준 대구시장도 문제고 허가해준 국가도 문제”, “이러한 동네에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야 하는데, 우리 아이에게 이렇게 안 좋은 공기를 마시게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정말 싫다” 등의 의견을 전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저희쪽으로도 대구염색산단 문제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주민들은 특히 새벽에 악취가 아무 심하다고 한다. 광역시 가운데 인천도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지만 여긴 도심에서 30km나 떨어져 있어 사실상 대구가 유일”하다며 “하루빨리 폐쇄 결정을 해야 한다. 업주와 노동자,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있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합리적으로 논의해야 하고, 탄소배출과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대체연료도 빨리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일 대구 서구의원(무소속, 비산1·비산5·비산7·원대동)도 “서구 주민들은 지난 40년 동안 염색공단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미세먼지 주범인 석탄 열병합 발전소 주변에는 2만 세대 아파트가 건립되거나 건립 예정”이라며 “주민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이고, 실제로 집단 민원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6월 1일부터 일대가 악취 관리구역으로 지정됐지만, 보다 강력하게 대구시가 대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곳 열병합발전소는 1987년 주보일러(130톤/hr 3기), 2004년 신보일러(150톤/hr 1기), 2014년 LNG보일러(200톤/hr 1기)를 각각 준공했고, 이를 통해 127개 업체에 열을 공급하고 있다. 연료로는 유연탄을 연간 31만 5,000톤, LNG를 연간 323m3(2018년 기준)를 사용한다.

발전소가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이 대구 전체 배출량(934만 톤)의 8.6%(80만톤)이고,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은 대구 전체(5,382톤)의 9.8%(527톤)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출 경북대 교수 분석에 따르면 유연탄을 LNG로 연료 전환할 경우 미세먼지 감축량은 1만 9,840톤으로 93.9% 절감되고, 온실가스 감축량은 36만 354톤 줄어 44.7% 절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