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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농업분야 탄소감축 정책이 스마트팜 중심으로 제시되는 과정에서 여성농민이 배제되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계획이 발표됐다. 이 연구는 “여성이자 농민인 ‘여성농민’은 교차적으로 배제되고 있지만 대안적 생태농업 등을 통해 탄소 감축의 완화책으로 생명과 교감하며 자연의 회복을 지키려 한다”며 “여성농민의 가치를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23일 오후 계명대학교 여성학연구소가 주관한 2024 KIWS 국제학술대회 ‘전환의 시대 : 지역 여성의 글로벌 연대 모색’ 첫 번째 발표는 ‘기후위기와 (여성) 농민 : 가해자? 해결자?’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연구를 진행 중인 심은희 연구자(계명대 사회학 여성학전공 박사과정)는 “국가가 왜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해결자로 농민을 호명하고 역할을 부여하는지, 농민은 이런 호명에 어떻게 감응하는지 살펴보고 생태농업 등 대안적 농업으로 온실가스 감축 해결 주체로 나서는 여성농민의 위치성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심 연구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농법을 바꿔 온 농민들이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가해자이자 해결주체로 호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60년대 이전의 우리나라 농법이 환경친화적인 경축순환(가축의 분뇨를 논에 액화시켜 양분으로 돌리는 방식) 중심의 ‘자연순환 농업’이었다면, 이후 국가에 의해 규모화, 대형 농기계, 합성농약 및 비료고투입 방식으로 산업적 농업, 화석연료 기반의 ‘관행농업’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온실가스 감축농업 주체로 다시 농민을 호명하고 있다. 심 연구자는 “농민들은 마치 자신들이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발생시킨 가해자가 된 듯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정부 정책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잠재적 가해자가 된 것처럼 억울한 마음과 무력감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윤석열 정부는 농업 정책으로 스마트농업을 내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소농이나 여성을 제외한 청년농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분야 청년 창업에 전년 대비 1.2배 증액된 1.2조 원을 지원했다.
심 연구자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 기업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농업이 본격화됐고, 특히 청년농을 국가가 스마트팜의 주체로 호명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닥쳤을 때 기술에러로 손실을 볼 수 있고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과 주체인 청년 간 정보 격차, 종속 관계에서 오는 불평등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엄청난 금액을 대출받아, 몇십 년간 상환을 해야 하는 조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마트팜에 들어가는 어마무시한 에너지 양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산정되지 않는다. 스마트팜을 확대할 시 과잉생산되는, 수급 문제도 생길 거라 본다. 수급의 문제를 조정할 때 정부가 농산물 수입을 대안으로 말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심 연구자는 여성농민이 국가에 의해 해결자로 호명되지 않으면서, 기존의 억압과 차별에 더해 기후위기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농민은 지속가능한 생태영농을 담당하는 탄소 감축의 주체로 역할이 명확히 인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선 여성농민이 처한 현실과 과제가 깊이 있게 논의됐다. 패널로 참여한 박혜영 인하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농촌의 여성들은 도시보다 훨씬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농가 소득이나 탄소배출 문제로 연결되지 않는 게 문제다. 정부의 조직적 비협조가 원인 중 하나다. 농민의 역량이 없어서라기보다 정부가 농촌 인구를 줄이고 농업을 큰 테크놀로지의 부분으로 넣으려고 하면서 파생되는 문제”라며 “여성농민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정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농업이 기업화되면서 청년농은 평생 벗어날 수 없는 속박을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의 자주성, 주체성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농촌 소멸은 가속화될 것이며 농촌 특유의 연대성까지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명대 여성학연구소의 2024 KIWS 국제학술대회 ‘전환의 시대 : 지역 여성의 글로벌 연대 모색’은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여성, 농업, 돌봄, 장애 등의 주제를 교차하는 연구자들 발표와 현장탐방으로 진행된다.
계명대 여성학연구소가 주관하고 한국여성학회, 대구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계명대 여성학연구소가 주최하는 이 학술대회는 23일 대학원 세션발표로 막을 열었다. 첫 날 발표 세션으로는 ‘성범죄 가해‧피해를 경험한 발달×장애×여성의 교차성’(김솔 부산대), ‘돌봄사회로의 전환 가능성 모색 : 기본소득론과 프레이저의 돌봄 폭식가 개념을 중심으로’(정새한 계명대)도 진행됐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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