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실련·참여연대, ‘대구MBC 취재방해’ 직권남용 혐의 홍준표 고발

지난 1월 법원 가처분 결정 근거
법원, “법적 근거 없이 자유로운 의사결정권 제한”
“홍준표, 지시 부인···증거인멸 가능성, 신속 수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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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MBC에 대한 취재방해를 지시해 공무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로 고발됐다. 지난해 4월 30일 대구MBC 시사톡톡 방송을 두고 홍 시장이 “취재거부”를 선언한 후 이뤄진 대구시의 대구MBC에 대한 취재방해 행위가 홍 시장의 직권남용 문제로 다시 한번 사법적 판단 대상에 오르게 됐다. (관련기사=홍준표의 ‘취재 거부할 자유’가 법원에서 기각됐다(‘24.1.31))

22일 오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과 대구참여연대는 대구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 시장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홍 시장이 직권을 남용해 대구시 소속 공무원 및 산하 사업소, 공사 및 공단, 출자·출연기관 임직원 등에게 대구MBC에 대한 취재거부를 강요한 것”이라며 고발 사유를 밝혔다.

이들이 홍 시장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한 근거는 지난 1월 이뤄진 법원 결정에 있다. 당시 재판부는 대구시가 행한 일련의 취재방해 행위가 법적 근거가 없는 일이라고 판단하면서, 그 과정에서 홍 시장의 지시나 명령이 없었다는 대구시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취재거부 조치 이후 소속 공무원 및 산하 사업소, 공사, 공단 및 출자·출연기관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토대로 취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MBC의 취재 내용 및 목적을 불문하고 별지 목록 기재 장소(동인청사 등 대구시 관할 기관 및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사실상 불허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별다른 법적 근거가 없음은 물론이고 취재 상대방이 갖는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대구MBC가 갖는 취재 자유 및 취재한 정보에 대한 보도의 자유, 정보원에 대하여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됐다. 또한 대구MBC는 채무자 대구광역시 및 산하 기관 등을 직접 취재하지 못한 채 이들로부터 일방적으로 제공받은 보도자료만을 근거로 언론 보도를 할 수밖에 없는바, 대구시 및 그 산하 기관 등의 현안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신속·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고, 편향되고 왜곡된 보도를 할 염려도 크다”고 강조했다.

또 “홍 시장과 대구시는 대구MBC에 이 사건 공지(취재거부 공지)를 한 것과 관련해 홍 시장의 지시나 명령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입장문에 시장 직인이 날인되어 있고 홍 시장이 간부회의에서 한 발언 내용,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등에 비추어 보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대구시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홍 시장의 지시나 명령에 의해 법적 근거 없이, 공무원 및 산하기관의 의사결정권을 제한하고, 대구MBC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의미다. 이는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다. 형법 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를 직권남용죄로 정의하고,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정해두고 있다.

▲22일 대구경실련과 대구참여연대가 대구MBC에 대한 취재방해와 관련해 홍준표 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대구경실련과 대구참여연대는 고발장을 통해 “대구MBC에 대한 취재거부는 헌법이 정한 언론 자유, 방송법 등 법령으로 정한 취재의 자유, 취재한 정보에 대한 보도의 자유, 정보원에 대해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취재거부가 해당 기관 관련 정보전달의 제한과 왜곡, 이미지 훼손 등을 초래할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대구시 산하 공사·공단 등은 위법 부당할 뿐 아니라 해당기관, 임직원에게도 불리한 일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MBC에 대한 취재거부는 홍준표의 지시 때문이라는 것이 대구지방법원도 인정한 사실”이라며 “홍준표는 대구MBC가 제기한 취재방해 금지 가처분 심리 과정에서 취재거부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원 결정 이후에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취재거부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구MBC 취재방해에 따른 민·형사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이는 홍준표와 대구시가 홍준표의 민·형사적 책임 회피를 위해 대구MBC에 대한 취재거부 지시 관련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홍준표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는 최대한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1월 법원 결정 이후 홍 시장은 기자실을 찾아서 “의미 없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취재에 응하지 말라는 지시는 내가 한 것이 아니고, (그 지시는) 이미 철회됐다”며 “취재에 응하는 것은 헌법상 양심의 자유이고, 양심의 자유와 취재의 자유가 충돌할 때는 어느 것이 우선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존중된다. 대구MBC는 (대구시 사업이) 되지 않도록 훼방을 놓는다. 그런데 어떻게 취재에 응하느냐. 다만, 우리 직원들은 각자 판단에 따라 취재에 응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책임은 내가 진다’던 홍준표, ‘대구MBC 취재방해’는 발 빼나?(‘24.1.31))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