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중임제에도 4가지 모델이 있다

4년 중임제는 부차적…정부 체제와 선거 주기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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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체제’에서 5년 단임제가 도입된 이후 대통령이 한 번도 편안한 적이 없었다. 대통령만 되면 국민을 잘 살펴보지 않는다. 다시 선거를 치를 수도 없고, 중간평가도 없다. 4년 중임제를 하자는 주장도 굉장히 중요해졌다.”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 5월 20일 연합뉴스 인터뷰 

“1987년 헌법이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한 이유는 딱 하나다. 독재정권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서였다. 국민 역량을 믿고 대통령 중임제를 채택할 시점이 됐다.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국정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5월 17일 국회 기자회견

“여야가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이 5·18 헌법 전문 수록 뿐이지 않느냐.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논의돼야 한다.” “개헌 특위를 다시 만들어서 여야 간에 개헌의 내용에 대해서 협의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5월 8일 CBS노컷뉴스 인터뷰

야권을 중심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 논의가 살아나고 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주자 시절에 공약하거나 대통령 재직중에 제안했지만 번번이 불씨가 꺼진 바 있다. 4.10 총선에서 선전한 조국혁신당은 당초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론을 폈고, 이를 4년 중임제 개헌론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표도 2017년 대선 후보 경선 시절부터 4년 중임제를 강력 지지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발의한 헌법개정안에도 4년 연임제(연이어 선출되는 경우에만 중임 허용)가 포함된 만큼 사실상 민주당에서도 당론에 가깝다.

그동안 언급된 여러 개헌 방안 중, 의원내각제나 이원정부제와는 달리 4년 중임제는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여론이 높았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3년 1월 18일~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에게 전화면접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통령제 개편 방안’에 대해 ‘4년 중임제’를 선호한 응답자는 51.4%로 ‘5년 단임제’를 선호한 44.2%보다 높게 나타났다(응답률 17.7%,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임기 신축성은 의원내각제, 이원정부제가 더 나아
정책 연속성? 같은 정당 대통령 연속 집권에도 왜 안 될까
중간 평가는 지금도 임기 중간 총선으로 하고 있어
결국 중요한 것은 정부 체제와 선거 주기  

하지만 정치권의 중론이나 여론의 호응 때문에 4년 중임제 논의만 유독 앞질러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4년 중임제 자체는 부차적이다. 어떤 체제 및 제도와 결부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4년 중임제론이 가진 문제의식만 봐도 정부체제 등에 관한 논의를 따로 떼거나 뒤로 미룰 수 없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4년 중임제론자들은 5년 단임제의 단점으로 ‘중간 평가가 불가능하다’, ‘정책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들면서, 국민 평가에 따라 대통령 임기가 4년이 될 수도 있고, 8년이 될 수도 있는 것을 4년 중임제의 장점으로 거론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4년 단위로 교체될 경우 정책 연속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로 4년 중임제는 ‘정책 연속성이 강해질 수도 있고 약해질 수도 있는 제도’라고 정리하는 편이 더 적합하다.

임기의 신축성이 대통령 중임제의 장점이라고 친다면 다른 정부체제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의원내각제의 경우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16년 재임했던 것에서 드러나듯 국가 최고지도자의 임기에 제한이 없다. 의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이 가능한 경우에는 총리 등 각료와 의원은 최소한 보장받는 임기도 없다. 대통령 중임제론자들 상당수는 의원내각제 또는 이원정부제(국민 직선 대통령이 있는 상태에서 국회 다수파가 정부 구성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정부체제)의 장점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정책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이 단지 대통령 단임제 때문인지도 돌아봐야 한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같은 정당이 정권을 이어서 잡는 경우가 가능하고, 실제로 한국 정치에도 그런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동일 정당이 연속 집권해도 정책 연속성이 떨어진다면 대통령 임기제를 바꾸는 것은 일면적인 해결책이 아닐까. 게다가 설령 같은 대통령이 8년동안 임무를 수행한다 해도 정책 연속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8년이 끝나 정권이 교체되면 정책은 뒤집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재직 8년 안에 이미 정책 연속성이 약해질 공산도 있다. 대통령과 의회 다수파가 같은 상태에서는 대통령이 정책을 추진하기 좋지만, 그러다 대통령과 의회 다수파가 달라지면 정책 기조는 뒤집어질 수 있다. 또한, 대통령 임기 중에 있는 총선을 감안하면 ‘중임제는 중간 평가를 할 수 있지만 단임제는 중간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말도 틀린 셈이다.

결국 ‘정책 연속성’이든 ‘중간 평가의 용이함’든, 대통령 임기보다는 의회 다수파와 대통령의 관계에 따라 더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책 연속성은 의회 다수파와 대통령이 일치될 때 강해지고, 중간 평가를 강화하려면 의회 다수파와 대통령이 상이할 가능성이 더 높아야 한다. 이것은 정부체제와 선거 주기의 문제다. 그리고 이에 따라 대통령 중임제에도 여러 모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형적 대통령제냐, 이원정부제냐. 대선과 총선의 동시 실시냐, 교차 실시냐.

대통령 중임제 모델 (1) 전형적 대통령제 / 대선 총선 동시 실시
: 대통령 중임제의 여러 모델 중 대통령 권한이 가장 강하고 국회의 권한 가장 약해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실시되면 양 선거의 승자가 일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통령 소속과 국회 다수파가 같은 ‘여대야소’가 굳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자신의 임기 내내 총선이나 대선이 없으니 정국의 안정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다만 전형적 대통령제가 대선-총선 동시 실시와 어우러지면 주도권이 국회 다수파 전반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쏠려 대통령 권력 강화가 일어난다. 전형적 대통령제는 내각 등 정부를 구성하는 주도권이 대통령에게 있다. 야권이 정부 구성에 영향을 끼치기 매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대통령 대 여당의 구도에서도 대통령이 우위에 선다.  초선 대통령의 경우 차기 대선에 또 도전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는 점도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을 극대화하는 요인이다.  

결국 의회나 정당의 역량은 강화되지 않고 대통령 권한만 지나치게 강해진다는 문제가 있다. 대통령 중임제는 현재보다 대통령 임기가 길어질 수 있음을 전제하는 마당에 대통령의 권력을 더 키우게 되는 방안이니 개헌에 대한 우려가 커져 개헌을 더 어렵게 만들 공산이 크다.

대통령 중임제 모델 (2) 이원정부제 / 대선-총선 동시 실시
: 국회 다수파-여당 일치, 넉넉한 선거 공백으로 국정 안정에 유리
여권 내부에서 권력이 분산되어 대통령의 전횡 가능성이 낮아져
중간 평가는 사라지거나 지방선거의 몫이 될 수 있어

이원정부제는 국회 다수파가 총리 및 장관 등 각료를 추천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 다수파가 다르면 정부 구성에서 이미 갈등이 생기거나, 대통령과 내각의 성향이 다른 ‘동거 정부’가 만들어질 수 있다. 단, 대선과 총선이 동시 실시될 경우는 다르다. 직선 대통령과 국회 다수파가 서로 다를 가능성은 현저히 낮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여대야소가 된다.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전면적 비례대표제를 실시한다면 여대야소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가령 저비례성 선거제도는 전국 득표율 2위 이하 정당이 의석수에서는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했는데도 대선 승리자와 국회 제1당이 불일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고비례성 선거제도는 지지율과 의석수가 비례하므로 대선과 총선의 1위 정당이 일치할 공산이 극대화된다. 

이원정부제를 ‘분권형’, ‘국회 권력 강화’라고 보는 것은 일면적이다. 국회 다수파가 정부를 구성한다는 것은 국회 소수파 겸 야당은 임기 내내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이나 미국 등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국회 다수파의 독주를 제어하는 제도(국회 선진화법)가 있지만 의원내각제나 이원정제에서는 그런 경향이 약하다.

이원정부제가 분권적이라면 그것은 ‘여권 내’에 해당할 것이다. 국회 다수파를 구성하기 위해 다수당은 일부 소수당에게, 정부 참여 정당은 당내 비주류에게 권력을 배분해야 한다. 여러 정당, 의원, 각료들이 정부에 지분이 있으니 대통령의 독주가 크게 예방된다.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과반 의석을 얻으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고, 과반 의석이 되지 않으면 다른 정당과 연합하여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 성향이 엇갈리지 않아 정책을 추진하기 유리하다. 대통령-국회 임기동안 선거가 없기 때문에 정책 연속성도 강하다. 변수도 있다. 의회 해산-조기 총선의 가능성을 열어두느냐, 아니면 독일처럼 국회 다수파가 차기 내각 명단을 짜둬야만 내각 불신임이 이뤄질 수 있느냐. 전자는 임기가 고정적이지 않고 후자는 고정적이다.

임기를 고정시키는 경우, 2~3년에 한 번쯤 중간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매력이 떨어지는 제도다. 반대로 4~5년은 대통령과 국회 다수파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 공직선거를 자주 실시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이 제도에 호의적일 것이다.

임기 중간 지방선거가 실시될 경우는 여러 국민들이 지방선거를 국정에 대한 중간 평가 선거로 여길 수 있다. 지방선거의 본질이 희석되거나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이를 최대한 방지하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정권이나 야당에 대한 심판론에 휩쓸리지 않도록 지방의회의원 선거에 ‘득표만큼 자리를 가져가는’ 고비례성 선거제도(대선거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중임제 모델 (3) 전형적 대통령제 / 대선-총선 교차 실시
: 대통령 전횡 줄고 중간 평가가 활성화
단, 정치 구조 교착에 처하거나 정책 연속성이 작아질 공산도 커져
그나마 변수는 선거제도 개혁

전형적 대통령제라고 해서 대통령의 횡포 가능성이 커지진 않는다. 국회 다수파와 대통령의 소속이 엇갈리면 대통령이 원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수 있고 대통령이 원치 않는 법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수 있다.

전형적 대통령제에서 대선과 총선이 교차 실시되면 대통령의 소속과 국회 다수파가 엇갈릴 가능성이 커진다. 전형적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전횡을 예방하려면 대선과 총선은 동시 실시하는 것보다 교차 실시하는 것이 더 좋다. 미국에서도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 때 하원의원 선거를 실시한다.

다만 대선-총선 교차 실시의 경우 답이 정해진 듯한 선거를 하기 쉽다. 미국도 중간선거에서는 야당이 이길 때가 많다. 대통령 임기를 전반/후반으로 나눠서보면 후반은 여소야대로 굳어지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은 8년 단위로 교체된 적이 많은데, 이 경우 대통령 재직 기간 8년 중 앞의 2년만 여대야소고 뒤의 6년은 여소야대다.

그렇다고 여소야대에서 야당 겸 국회 다수파가 법안 통과 등으로 정국을 주도할 수도 없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법안 거부권)이 있고 재의결에서 집권당이 일정 이상의 반대표를 던져 법안 공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미국은 양원제고 상원은 하원에 비해 친-대통령 성향으로 구성되었다. 한국의 경우 단원제여서 대통령 대 국회의 대결은 더 격화될 수 있다. 일부러 양원제를 도입하기도 난망하다. 한국은 연방제 국가가 아니기도 하고, 양원제 도입시 상원과 하원의 대립으로 정국 교착은 더 강해진다. 

이 모델에서 그나마 정국 교착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정당체제와 선거제도에 달렸다. 여소야대더라도 여당이 일부 야당과 제휴하면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든지,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해도 여당 혼자서 이를 재의결에서 부결시킬 수는 없다든지 하려면 당이 여럿이고 의석수가 분산된 다당제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만일 모델 (3)을 추구하겠다면 최소한 선거제도 개혁은 해야 한다.

대통령 중임제 모델 (4) 이원정부제 / 대선-총선 교차 실시
: 의원내각제에 준하는 모델이라면 정국 안정될 수 있어
아닌 경우는 정국 공전부터 대연정까지 다양한 경우
예측 어렵고 변화무쌍해 불안정한 정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대선과 총선의 교차 실시는 대통령 소속과 국회 다수파의 불일치 확률을 높인다. 양쪽의 불일치는 대통령제에서는 팽팽한 대립 속에 각자가 할 일을 하는 쪽으로 가지만, 이원정부제에서는 정국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대통령 임기 중반에 대통령과 적대하는 쪽이 국회 다수파가 되면, 국회 다수파가 추천한 내각 명단을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커져 정국이 공전으로 치닫게 된다. 대통령이 수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 경우 대통령의 힘이 대거 약화된다.

국회 임기 중반에 국회 다수파의 반대편에 있는 인사가 대통령이 되는 상황도 가능하다. 이 경우는 금방 당선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열기가 높기 때문에 위의 경우와 달리 대통령의 힘이 대거 약화되지는 않을 수 있다. 국회 다수파도 대통령을 존중해서 함께 대연정 내각을 꾸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통령에 동정이 쏠려 다음 총선에서 대통령이 속한 쪽이 국회 다수파가 되는 역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는 모델이다. 그중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있다 쳐도 정국의 변화가 자주 닥쳐오는 것은 불안 요인이 되기는 한다.

이원정부제 국가 가운데는 국회의원 임기에 비해 대통령 임기가 긴 국가들이 있다. 가령 오스트리아는 대통령 6년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 다수파가 정국을 철저히 주도하는 정치 문화에 있다. 이런 경우는 대통령 임기가 길어도 크게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국회가 내각 불신임권을 쥐고 있어 대통령이 각료를 임명할 때 국회 다수파를 거스르기 어려운 프랑스의 경우, 이원정부제에 해당하지만 대통령의 힘이 강하다. 대통령과 국회의 임기가 모두 5년에 맞추고 대선을 치른 직후에 총선을 치르기로 한 이후, 대선 승리 정당이 총선 승리 정당이 되면서 대통령의 힘이 오스트리아 등보다 강하다.

오스트리아 같은 준-의원내각제에서는 대통령의 임기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만, 그보다는 다소 더 대통령제에 가까운 이원정부제에서는 동시 선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물론 프랑스의 경우 엄밀히 따지면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년도 선대선-후총선은 총선을 답이 정해진 선거이자 대선의 부속물로 만드는 단점이 있다.)

가장 위험한 모델은 (1)<전형적 대통령제/동시 실시>
(4)<이원정부제/교차 실시>는 준-의원내각제여야 안정적
(3)<전형적 대통령제/교차 실시>는 미국에서 장점과 단점 나타나
가장 바람직한 모델은 (4)<이원정부제/동시 실시>

위에서 거론한 네 가지 모델을 두고 순위를 가려보면 어떻게 될까. 우선 (1)전형적 대통령제/대선-총선 동시 실시는 대통령이 국회나 정당에 대해 가지는 독주를 더 부추길 수 있다.그간의 개헌 논의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화두였던 ‘제왕적 대통령제’에 걸맞지 않다. 단임제라면 몰라도 중임제에서는 위험한 모델이다.

(4)이원정부제/대선-총선 교차 실시는 정국에 잦은 변화를 가져온다. 정권 교체에 맞먹거나 그에 준하는 결과가 대통령 및 국회의원 임기 절반의 주기로 찾아온다. 대통령 소속과 국회 다수파의 불일치 가능성은 이원정부제 자체에 대한 여론의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 개헌 논의에서 살아남을 공산도 작다. 다만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이원정부제, 즉 ‘총선이 대선보다 크게 중요한 체제’로 개헌한다면 선택해도 괜찮은 모델이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전형적 대통령제에는 대선-총선 교차 실시가, 이원정부제에는 대선-총선 동시 실시가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 두 가지 모델 (2)이원정부제/대선-총선 동시 실시 (3)전형적 대통령제/대선-총선 교차 실시, 두 가지를 유력하게 검토해볼 수 있다.

(3)은 (1)과 (4)가 가진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단점은 없고 ‘미국’이라는 전례를 참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만 미국에서도 ‘여소야대’와 ‘정치적 교착 상태’에 대한 문제의식이 깊어져 대안을 모색하는 정치 전문가들이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2)는 임기 중간에 평가하는 선거가 없는 것을 단점으로 꼽을 사람들이 있겠지만, 대통령 소속과 국회 다수파의 불일치 가능성을 크게 줄임으로써, 임기내의 정책 연속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원정부제의 장점을 살려, 대통령이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무시할 수 있는 오늘날의 한국 대통령제를 개혁할 수 있는 방안인 동시에, 정국 불안정성이 낮다는 장점까지 있는 것이다.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