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광역-기초’를 ‘국가-직할시’ 2단계로···홍준표의 대구경북통합론

간부회의에서 대구경북통합 추진 공식화
“시장이 직접 통제하되 관할구역 부시장에 권한”
지방자치 부활로 사라진 ‘직할시’로 표현하는 이유는?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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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그동안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왔던 대구경북통합을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까지 홍 시장이 주장하는 대구경북통합이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인 안은 드러난 것이 없지만, 간부회의 발언과 그간 홍 시장이 밝혀온 행정체계에 대한 견해를 종합하면 광역도 행정체계를 없애고, 도내 기초지자체는 생활권으로 묶어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대구시에 따르면 홍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도를 폐지하고 대구를 보다 큰 대구로 만들어 현행 기초-광역-국가 3단계 행정체계에서 국가-직할시 2단계 행정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직할시 개념을 부각해 행정안전부 지휘를 받지 않고 서울특별시와 같이 총리실로 지휘체계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특별시, 대구직할시는 총리 직속으로 격상시키고, 대구에 본청, 안동에 북부청사, 포항에 남부청사를 두고 시장이 직접 통제하되, 상당 부분은 관할구역 부시장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라며 “대구경북이 행정통합해 500만의 대구직할시가 되면 대구는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일 대구시 간부회의에서 홍준표 시장은 대구경북통합 추진을 공식화했다. (사진=대구시)

홍 시장이 주장하는 대구경북 통합의 1차적 의미는 도 단위 광역지자체를 없애는 데 있다. 홍 시장은 이미 도 단위 광역지자체 폐지론을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홍 시장은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 참석해 경기북도 신설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는데, 이때 “도 단위 광역지자체가 국가와 기초지자체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행정적 낭비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당시 홍 시장은 “도를 없애고 지방과 정부가 다이렉트로 행정교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도 단위 광역지자체에 속한 기초지자체들이 서로 생활권이 인접한 시군끼리 통합해 전국 지자체를 약 40개 가량으로 만들어 광역을 거치지 않고 정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제도를 대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주장은 지난 18일 본인의 SNS를 통해서도 반복했다. 홍 시장은 “도를 없애고 광역시와 국가가 바로 연결되는 2단계 행정체계가 되면 중복 기능의 기관도 통폐합되고 복잡한 행정체계도 단순화돼 행정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며 “3단계 행정체계 중 도는 이제 필요없는 시대가 되었다. 지자체와 국가, 이렇게 2단계로 개편하면 되는데 경기도 분도는 시대에 역행하는 거 아닌가”라고 밝혔다.

문제는 도를 없애고 난 다음이다. 홍 시장은 ‘국가-직할시’ 2단계 체제를 주장하면서, 관할 구역에 부시장을 둬 권한을 주겠다고 했다. 애초 ‘국가-광역-기초’의 3단계에서 기초지자체의 역할을 직할시가 부시장을 통해 모두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어서 홍 시장이 기초지자체의 자치권을 부정하는 것인지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홍 시장이 쓰는 표현도 추가적인 설명을 필요로 하는 요소다. 홍 시장은 ‘대구직할시’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법률상 ‘직할시’라는 개념은 1995년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사라졌다. 지방자치법이 1994년 12월 개정되면서 이전까지 쓰던 직할시는 광역시로 대체됐다. 당시 개정의 사유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명칭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직할시를 광역시로 변경한다”는 거였다.

현행 지방자치법에선 ‘직할’이란 표현은 3조 지방자치단체의 법인격과 관할에 대한 조항에서 잠시 등장할 뿐이다.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는 정부의 직할로 둔다는 2항에서다. 홍 시장이 ‘직할시’라는 표현을 고수하는 이유가 지방자치 부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염두한 것인지, 단순히 행정상, 법률상 개념의 차이 때문인지는 추후 논의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임 권영진 시장 당시 추진된 대구경북행정통합에 대해선 시·도민의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2021년 2월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행정통합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 40.2%, 반대 38.8%로 오차범위(±2.2P) 내 차이를 보였다. 공교롭게도 찬성하는 이들의 찬성 근거도 균형발전이고, 반대하는 이들의 반대 이유도 균형발전으로 확인된 바 있다. (관련기사=대구경북행정통합 40대까지 반대 높고, 50대 이상 찬성 높아(‘21.2.24))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