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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가 니 글 안 쓰게 할 순 없느냐고 하더라”
지난해 어느 날 오마이뉴스 소속 선배 기자가 한 말이다. 그 무렵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제안으로 다른 필진 3명과 함께 일주일씩 돌아가며 칼럼을 연재했다. ‘해시태그, 지역’이라는 제목으로 이뤄진 기획 연재는 수도권 중심의 대한민국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취지로 이뤄졌다. 3월부터 쓰기 시작해서 8월에 마무리됐다. 총 6회, 3월에 쓴 첫 글을 제외하면 모두 대구시정이나 홍준표 시장을 비평하는 글을 썼다. 대구시 모 관계자가 안 쓰게 하면 안 되느냐고 물은 글은 이 글을 의미한다.
어쩌면 그때부터 예정된 일이 이제야 터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 벌어진 오마이뉴스 기자에 대한 대구시 공무원의 폭행 논란 말이다. 대구시 측은 폭행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어떻게 기자를 폭행하겠느냐고 말했다고도 전해진다. 사실 제대로 된 기자에겐 폭행보다 더 모욕적인 일이 편집권에 관여하는 일이라는 걸 그들은 모르는 것 같다. 이미 편집권에 관여하는 것도 꺼리지 않은 그들이 ‘기자 따위’를 폭행하는 게 그리 어려웠을까.
오마이뉴스 기자가 분개한 이유는 폭행 그 자체도 있지만, 그들이 보인 크고 작은 행태가 종합된 결과다. 그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쓰러진 상대방에게 최소한의 안위도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주장만 반복한 걸로 전해진다. 개인적으론 폭행의 순간이 끝난 후부터 사건 현장을 목격했는데, 한 공무원은 항의하는 기자를 향해 “성추행했고, 휴대폰을 파손했다”고 빈정거리기도 했다.
사실 ‘성추행’ 운운한 해당 공무원이 보인 행태는 지금도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자신들이 행한 폭행을 무마하기 위해 기자의 폭력적 반응을 유발하려 한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상식 밖이었다. 그는 마치 우리가 들으라는 듯 “아~날씨 좋다”고 하거나, 항의하는 기자를 향해선 “어어, 제 몸에 손대지 마세요”라고 과장된 반응을 보였다. ‘부아가 치미는 행동’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확할 정도다.
이제 그들의 폭행 여부는 수사기관을 통해 가리게 됐다. 홍준표 시장 이후 ‘법대로’를 선호한 대구시 공무원들에겐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느냐 하는 거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여러 자료 확보를 위해 사진을 찍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다. 이 행위는 대체로 해당 정보가 공적 가치가 있는가를 두고 평가 받는다. 당시 현장은 여러 반대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대구컨벤션뷰로를 해산하는 결정을 하는 곳이었다. 현장 회의 자료는 충분히 공적 가치가 있다.
만약 그들 주장대로 해당 정보가 절대로 공개되면 안 되는 비공개 자료였다면, 최소한 회의에 참석한 이들로부터 회의 자료 회수는 마무리한 뒤에 참석자들이 퇴장하게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절차도 없이, 무분별하게 회의자료가 방치된 상태에서 회의장 문을 열었다. 회의장 밖에는 취재진과 해산에 반대하는 컨벤션뷰로 직원들이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말이다.
백보 양보해서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면, 다짜고짜 ‘지우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고 물리적으로 강압하기보다 이때야 말로 ‘원칙대로’ 했으면 될 일이다. 비공개 자료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시켜 보도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추가적인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경고할 수 있다.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는 그들의 삭제 강압에 못 이겨 사진은 보도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막무가내로 삭제를 요구하며 물리력을 행사했다.
그들은 왜 상식 밖의 행동을 했을까. 개인적으론 두 가지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추정한다. 하나는 홍 시장 취임 후 대구시가 적대적 언론관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MBC 취재방해 사례 뿐 아니라 언론과 빚은 크고 작은 마찰이 이를 근거한다. 그들은 비판 보도하는 언론인을 ‘악성 민원인’으로 규정하고 적대시하는 경향마저 보인다. 홍 시장 이전에는 보기 어렵던 극단적 반응이다.
다른 하나는 홍 시장 이후 대구시 행정이 홍 시장의 지시를 지상 과제로 하면서 다른 법률이나 제도보다 우선하는 행태를 보이는 행정 난맥상의 결과라는 점이다. 대구퀴어축제를 어떠한 문서 근거도 남기지 않은 채 행정대집행에 나선 사실이나, 컨벤션뷰로 해산에 필요한 조례 개정 등은 해산 결정을 확정 지은 후 추진하는 사실, 법률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는 행정심판 결과가 나온 후에도 같은 정보를 또 다시 비공개하는 사실 등 역시 크고 작은 사례가 차고 넘친다.
이번 사건은 여기에 하나의 사례를 더 하는 일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그 모든 비상식적 행태의 책임은 공무원 개개인에게로 돌아가게 될거다. 홍 시장은 말로는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지만, 이미 그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MBC 취재방해 사건이다. 그는 심지어 취재방해 가처분 소송비용을 대구시와 나눠 부담하라는 법원 결정에도 불복하면서, 대구시가 져야 할 책임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 내려 앉고, 현명한 신하는 주인을 골라 섬긴다’는 옛말이 있다. 부디, 현명하시길 부탁드린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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