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동상 공모전 (2) 높아야 돼

홍준표 2차 추경이면, 가까이서 박정희 얼굴 안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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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여러 친척이 경북 경주-포항 일대에 살았거나 살고 있다. 이런 속설이 있었다. “포항 사람은 거시고(거세고/거칠고), 경주 사람은 순하다.”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라, 믿어선 안 될 이야기였나. 경주 사람들이 사고 쳤다. 경주 보문관광단지에는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의 동상이 서 있다. 가칭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경주 범시민운동본부’는 두 동상에 팻말을 붙였다. ‘역사의 죄인’, ‘국정농단 주범’.

식은 땀이 흐른다. 동대구역 박정희 동상에 써먹으려던 아이디어가 어떻게 유출됐지!? 깊이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다. 사회문화 교과서에도 나왔다. 어느 지역에서 원숭이가 고구마를 바닷물에 담궈서 짭짤하게 먹은 이후, 다른 지역의 원숭이가 같은 행동을 했다고. 참고로 두 지역 원숭이는 아무 연계가 없었다. 전수하지 않아도 어디서든 일어날 만한 현상이 있다는 이야기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쯤이면 알아차렸을 것이다.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다시 말하지만 필자는 박정희 동상 건립에 반대다. 다만, 한다면 시민 참여 원칙에 입각해서 해야 한다. 박정희가 자기 후손까지 비민주적으로 살기를 바라진 않았다고 믿고 싶다.

제안한다. 경주와 비슷한 동상은 동대구역에 필요 없다. 다시는 이 땅에 팻말 걸린 불행한 동상은 나오지 말아야 한다. “예뻐야 돼. 뭐든지 예쁜 게 좋아.” 친절한 금자씨는 말했다. 높아야 돼. 동상은 높은 게 좋아. 홍 시장도 이번 기회에 통을 키우시라. 대구시는 2차 추경에 들어가야 한다. 단, 무상급식 예산 감액은 반대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동상이 높으면 좋은 점은 가까이 가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지도 모르고 다리 만지기.


동상 건립 반대하는 사람도 참여하는 박정희 동상 공모전! 응모는 sumin-gumi@daum.net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