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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국제회의 산업 구조혁신을 명분으로 대구컨벤션뷰로를 하고, 그 업무를 이어 받는 엑스코는 3년 한시 계약직을 공개 채용하기로 하면서 대구시가 국제회의 산업 경쟁력을 스스로 약화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에서 국제행사 개최를 예정했던 일부 기관에선 추후 상황에 따라 개최지 변경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어 여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엑스코는 이사회를 열고 마이스뷰로팀을 신설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마이스뷰로팀 구성원 7명 전원은 3년 계약직으로 공개채용 예정이다. 3년 계약직인데다, 최근 대구시가 뷰로 해산 과정에서 보인 행태가 업계에 알려지면서 3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의 채용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회의 유치에 길게는 7년이 걸리기도 한다는 업계 설명을 고려하면, 신규직 중심으로 구성될 경우 새롭게 유치하는 국제행사는 없이 기존에 뷰로가 유치한 사업을 백업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컨벤션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국제회의는 유치에 3년 이상 걸리고, 개최까지는 7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 3년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건 대구시가 컨벤션 산업 활성화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며 “그동안 엑스코는 컨벤션을 개최했고, 뷰로는 컨벤션을 활용한 도시마케팅을 해왔다. 두 업무를 한 기관으로 합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개최를 준비 중인 행사에 지장이 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대구에서 국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인 한 협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구시나 엑스코로부터 연락받은 바 없이 언론 보도를 통해서만 (뷰로 해산을) 확인한 상황이라 내부적으로 혼란스럽다. 뷰로에서 지원하던 만큼 해주지 못한다고 하면 개최지 변경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오는 8월 엑스코에서 개최 예정인 ‘국제 이론 및 응용역학 학술대회(ICTAM)’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희동 안동대 교수는 “이번 행사는 100주년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데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만큼 매우 중요하다.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이런 큰 행사를 왜 대구에서 하냐’고 해서 애를 먹기도 했다. 뷰로가 없었다면 유치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장 개최가 코앞으로 다가온 행사라 얼추 준비는 됐지만 그럼에도 뷰로의 역할이 남았기에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대구시가 말하는 행정의 편의성이나 예산 절감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대구는 서울이나 부산처럼 기회가 많은 도시가 아니다. 해외 관광객이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기능적 접근을 해서 활성화해야 한다. 내가 행정을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오는 20일 오후 지역 컨벤션산업 전담기관 기능일원화에 따른 지역 마이스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지역 마이스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자리로, 향후 프로젝트 추진에 관한 의견을 듣고, 대구시 측에서 직접 답하는 자리로 꾸려질 예정이다.
한편 대구 시민사회단체들은 계속해서 대구컨벤션뷰로 해산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16일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대구경실련)은 보도자료를 내고 대구시의회에 대구시의 ‘컨벤션산업 전담기관 효율적 구조혁신’ 사업에 대해 행정사무조사를 촉구했다.
대구경실련은 “회원사들에 대한 압박과 회유, 일방적인 사무 위·수탁 협약 해지, 직원 해고 등 대구시가 ‘컨벤션 전담기관 효율적 구조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자행한 일들은 견제되지 않는 절대 권력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대구시의회에 법령, 조례 규정에 머물러 있는 행정사무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을 요구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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