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숨지기 전 ‘살려주세요’ 대구시에 민원도 넣었지만···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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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A(38)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백방으로 공적 지원을 부탁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3월에는 대구시에 ‘대구 남구 전세 사기 피해자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민원도 제기했지만, 대구시는 특별법상 지원을 확인하라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대책위)에서 활동해 온 A 씨는 1일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전국에서 여덟 번째, 대구에선 첫 번째 사례다.

2019년 대구 남구의 다가구주택에 입주해 전세사기를 당한 A 씨는 지난 2월 28일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 피해자 신청을 했다. 그리고 4월 12일 피해자 요건 중 경매개시결정 등 3호 요건이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특별법상 ‘피해자등’으로 인정 받았다. A 씨는 이후 이의 신청을 준비해, 1일 피해자 결정문을 받았다. (관련기사=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정부, 국민의힘 손놓은 동안 해결 노력했는데…”(‘24.05.08.))

▲A 씨는 ‘대구 남구 전세사기 피해자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민원을 신청하고 담당 공무원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

A 씨는 국토부 피해자 지정 결정을 기다리면서 대구시에 민원도 신청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대구시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지금 당장 대구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며, 다만 국토부에서 시행하는 특별법상 피해자로 지원받을 수 있는 내용을 확인하고 피해자 신청을 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미 법에 따른 신청을 마치고, 대구 시민으로서 행한 지원 호소였으나 대구시는 원론적인 답으로 다시 한번 A 씨에게 실망을 안긴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로부터 원론적인 답변을 받고 얼마 후엔 법에 따른 전세사기 피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등’으로 지정됐고, 이에따라 지난달 29일 A 씨가 법에 근거해 긴급생계지원금을 신청하기도 했지만 지원금은 그가 숨진 후인 2일에야 지급됐다.

대구시는 타 지역과 비교해 피해 사례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대책 마련에도 미온적인 모습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비롯해 대책위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전 등에 설치된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를 설치하지 않았다.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는 피해주택 관리, 긴급주거 생계복지 지원 등 전세사기 관련 지원 업무를 한 곳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직접 관련 기관 및 부서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지난 2월 20일에는 늦게나마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인정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나, 피해지원센터 설치를 ‘해야 한다’가 아닌, ‘할 수 있다’는 임시조항으로 뒀다. 지자체장의 책무도 ‘임차인 보호대책의 수립’에 한정하는 등 제정 당시 여러 한계를 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태운 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 위원장은 “대구시는 줄곧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좀 더 적극적이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어제 A 씨와 여러 번 통화했다는 담당 공무원과 통화하면서도 함께 울었다”며 “긴급생계지원금 신청 과정은 매우 까다롭고 힘들다. 6개월치 통장 거래내역을 뽑아야 하고, 내 자산이 얼마인지도 밝혀야 한다. 수치스럽고 마음이 힘들다. 담당 공무원이 이름을 알 정도로 이것저것 시도한 사람이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나도 힘들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