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동절대회, “악화하는 노동현실 해결로 나아가야”

경찰, 집회 장소 제한하면서 충돌 빚기도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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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중구에 위치한 대구시의회 앞 5차선 도로에서 2024 세계 노동절 대구대회가 열렸다. 대회 전 경찰은 참가자들이 1개 차도를 제외한 4개 차도만 사용하도록 펜스를 쳤으나 주최 측이 공간 부족을 이유로 차도 확보에 나서면서 20분가량 충돌이 발생했다. 지난해 노동절에는 같은 장소의 5차선 도로를 주최 측이 모두 확보한 채로 대회가 진행됐다.

주최 측은 5개 차도를 모두 확보한 뒤 대회를 시작했으며, “5차선 전체 집회 신고를 했으나 일방적으로 제한 통보한 경찰의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 차도 한 개를 제외하면 오히려 집회 참가자와 통행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회는 애초 공지된 2시보다 30분 늦게 시작됐다.

▲2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이날 노동절 대회는 경찰과 참가자들 간 충돌로 인해 30분 지연됐다.

2024 세계 노동절 대구대회의 주제는 ‘양회동 열사 정신 계승, 윤석열 정권 퇴진,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노동의 꿈 우리가’이다. 대회에는 주최 측인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 진보정당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대구시가 추진 중인 박정희 동상 건립에 대한 반대부터 윤석열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까지 여러 현안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조합을 기득권 세력으로 치부하고 탄압하고 있다. 건설노조와 화물연대를 본보기로 탄압했고 이 과정에서 양회동 열사가 ‘윤석열 정권을 꼭 퇴진시켜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분신했다”며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이 인정받고 노동권이 보장받는 사회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 세계 노동절 대구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3,500명이 참석했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대회사에서 “반노동, 친재벌을 자임하는 윤석열 정권은 노사 법치주의를 운운하며 노조에 대한 꼬투리 잡기와 흠집 내기를 통해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반노동 폭정을 일삼고 있다”며 “더욱 열악해진 비정규직 노동현장에서 민주노총이 분투하고 맞서 싸웠다는 걸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악화되는 현실 곁을 지키는 걸로 역할을 다했다 자족하는 게 아니라 문제해결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김재우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 조합원은 “사람답게 일하며 살자고 노조로 뭉쳤더니 윤석열 정부가 건폭, 조폭이라 매도했다. 건설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13차례의 압수수색, 15명 구속, 1,000명 소환조사라는 유례없는 국가폭력을 자행했다”며 “2015년부터 노조가 조직되기 시작하면서 지역 안에서 일자리를 제공한 덕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그나마 사람 구실 하면서 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힘들게 만들어 온 노사관계가 공갈, 협박, 건폭이라는 말로 무너져 내릴 수 없다. 건설노조에 대한 윤석열의 막말과 탄압은 공정한 단속과 처벌을 넘어 노동 3권을 짓밟는 행위이고 존엄한 인간으로 살겠다는 노동자 시민의 자유를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배호경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 대가대의료원분회장은 “정부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했으나, 현재의 보건의료 체계를 손 보지 않는 이상 의사가 아무리 많이 배출되어도 공공의료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정부와 의사 간 대립 속에 병원노동자들은 무급휴가, 인력 축소를 강요 당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망각하고 날뛰고 있다”고 정부 의료정책을 비판했다.

▲대회는 노동절 선언문 낭독, 인터내셔널가 합창으로 마무리됐다.

집회는 별도 행진 없이 1시간 30분간 진행됐고, 주최 측 추산 3,500명 가량이 참석했다. 대구경찰청은 경력 1,100명을 배치했다.

노동절을 앞둔 지난 30일 대구경찰청은 보도자료를 내고 “예년과 달리 집회의 자유외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의 기본권이 최대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집회 장소인 교동네거리에서 공평네거리까지 400미터 구간 중, 공평네거리 방향 하위 1개 차로와 그 옆 인도는 통행로로 확보해 일반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고, 차로와 집회장소 사이에 안전 펜스를 설치해 집회 참가자도 보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