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광주·김대중’ 핑계로 박정희 동상···광주엔 김대중 동상 없는데?

광주엔 김대중컨벤션선터에 흉상만 있어
김대중센터도 광주센터에서 명칭 변경한 것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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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박정희 동상 건립은 홍준표 시장이 광주를 다녀오며 남긴 SNS를 통해 촉발됐다. 지난 3월 1일 홍 시장은 SNS를 통해 “달빛철도 축하 행사차 광주를 가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면서 “대구에는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보이지 않아 참 유감”이라고 썼다.

이어 “대구·광주가 달빛동맹으로 서로 힘을 합치고 있는 마당에 대구·광주를 대표하는 두 정치 거목들의 역사적 화해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참 많다”며 “대구에서도 대구를 대표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 시장의 주장은 사실 관계에 오류가 있다. 홍 시장은 광주에 김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곳곳에 스며있다는 걸 이유로 박정희 ‘동상’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광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동상이 없다. 오히려 김 전 대통령이 지역적 연고를 두고 있는 전라남도에는 곳곳에 동상이 건립되어 있다.

김 전 대통령이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낸 전남 신안군 하의도 생가 앞에 2018년 동상이 세워져 있고, 김 전 대통령이 졸업한 목포상고(목포시) 교정에도 2010년 건립된 동상이 있다. 2010년은 김 전 대통령 서거 1년 뒤로 그 무렵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억하기 위한 여러 사업이 전남 지역에서 펼쳐졌다. 같은 해 전라남도도 도청 앞 공원에 동상을 세웠다.

김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시설도 광주보단 전남 지역에 몰려 있다. 신안군에 있는 생가가 그렇고, 노벨평화상 기념관도 목포에 있다. 전남 무안군과 신안군을 잇는 다리가 김대중 대교로 이름 지어져 있고, 전남도청 앞 공원에 동상이 세워진 곳 일대는 김대중 광장으로 불린다. 전남이 이처럼 김 전 대통령 기념에 적극적인 건 물론 김 전 대통령이 이곳 출신이기 때문이다.

경북 구미 출신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전남과 마찬가지로 경북이 기념에 적극적이다. 경북 구미 생가터 일대가 광범위하게 개발되어 있고, 동상도 세워져 있으며, 매해 세금을 들여 기념 행사도 연다.

전남과 비교하면 광주는 김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긴 하지만 동상은 건립되지 않았다. 다만 김대중컨벤션센터가 있고, 센터에 마련된 김대중홀에 흉상이 하나 있다. 광주에도 김대중센터가 있지 않느냐고 지적할 순 있지만. 김대중센터가 김대중센터로 이름 지어진 이유는 ‘기념’보다는 다른데 있다.

▲광주에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 김대중 전 대통령 흉상을 두고 있고, 이것이 유일한 김 전 대통령 관련 상이다. 동상은 광주에 없다. (사진=김대중컨벤션센터)

김대중센터는 애초 광주컨벤션센터로 명명돼 추진됐지만, 완공을 앞두고 국제회의를 유치해야 하는 컨벤션센터 성격상 도시명보다는 노벨평화상을 받아 국제적 지명도가 있는 김 전 대통령 이름이 더 낫지 않느냐는 이유가 배경이 돼 변경이 논의됐다.

박광태 당시 광주시장은 기자들에게 “부산 벡스코니, 광주의 젝스코니 해봐야 외국에서 볼 때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되겠느냐”며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권·평화도시 광주와 불가분의 관계인 김대중 전 대통령 이름을 부치는 것이 센터 명칭으론 제격”이라고 했고, 이후 여론조사 절차까지 거쳤다.

당시 보도를 보면 광주시는 한국사회조사연구소에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2.7%가 찬성했다. 여론조사 절차 등을 거쳤음에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비판이 일었다.

홍 시장이 말하는 ‘광주 곳곳에 스며 있는 김대중의 흔적’이란 이것을 두고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달빛철도 축하 행사차 가서 봤다”고 했는데, 2월 7일 홍 시장이 참석한 ‘달빛철도 특별법 국회 통과 축하 행사’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광주에 유일하게 흉상이 있는 곳을 다녀와서 곳곳에 스며 있다는 주장을 한 셈이다.

한편, 대구시가 의회에 제출한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대구시는 2011년 구미에 건립된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 비용 6억 원, 2010년 전남도청 앞에 건립된 김대중 전 대통령 동상 건립비 5억 원, 지난 1월 부산에 건립된 윤홍신 장군 동상 건립비 6억 원 등을 기준으로 해서 동상 건립비 14억 원과 시설부대비 5,000만 원 등 합계 14억 5,000만 원을 산정했다.

또, 입법예고 기간 동안 접수된 의견 886건은 모두 반대 의견이었지만, 대구시는 “타 지자체에도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관련 조례가 있으며,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 근거 마련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자 한다”는 답변으로 미반영 결정했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