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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논란이 있는 소싸움 대회가 대구 달성군에서 이달 개최를 앞두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소싸움을 허가 받은 지자체는 11곳이지만, 예산을 미편성해 열지 않는 곳은 지난해 2곳에서 올해 4곳으로 늘어났다. 반대 민원과 함께 주변 지자체 상황을 고려하면 달성군도 내년 대회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구 달성군은 오는 24일부터 5일간 논공읍 위천리 493-1번지에서 지난해와 같이 소싸움 대회를 개최한다. 예산은 대구시 지원 3,000만 원을 포함해 총 1억 7,000만 원으로, 경기장 설치와 시상금 등으로 쓰인다. 달성군은 1998년 대구에서 처음 시작된 대회를 5회차부터 이어 받아 매년 봄에 개최하고 있다. 대회는 달성군이 주최하고, 달성소힘겨루기협회 주관으로 열린다. 달성군은 지난 2022년부터 소싸움을 소힘겨루기대회로 바꿔 부르고 있다.
달성군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동물보호단체 등에서 종종 반대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며 “내년 예산이 논의된 상황은 아니니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난해와 분위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달성군은 지난해까지도 소싸움 대회 중단 논의가 없다고 했지만, 불과 1년 사이 달라진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예산을 미편성하는 방식으로 대회 중단을 하고 있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고, 동물학대로 인한 반대 여론이 커지는 것 역시 지자체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소싸움은 동물학대? 달성군 다음달 대회 예정···“법 개정” 요구도(‘23.02.14))
소싸움 경기는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지자체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허가를 받아 개최할 수 있다.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명시하고 있지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허가로 소싸움이 열린 지자체는 11곳으로,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을 포함해 경남 6곳(창원시·김해시·진주시·함안군·창녕군·의령군), 전북 2곳(정읍시·완주군), 충북 1곳(보은군) 등이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정읍시·완주군이, 올해는 김해시와 함안군까지 4곳이 예산안을 미편성하는 방식으로 소싸움을 중단했다.
동물권단체를 중심으로 소싸움 동물학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 대구시당 동물권위원회는 달성군 소싸움대회 장소 인근에 반대 현수막을 걸고, 현장 피켓팅에 나설 계획이다.
박소영 녹색당 대구시당 동물권위원장은 “소싸움은 이미 없어진 투견이나 투계와 같이 동물학대다. 싸울 의도가 없는 소를 싸우게 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 세금을 들여 굳이 동물을 학대하는 경기를 지속하는 대신 시민들이 의미 있게 즐길 수 있는 진짜 전통축제 발굴에 나서야 한다. 특히 동물을 학대하는 소싸움은 국가무형문화재로서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인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싸움 국가무형유산 종목 지정조사 검토 중지
문화재청, 소싸움 무형유산 기초 학술조사 용역 진행
한편, 정부는 소싸움을 국가무형유산 종목 지정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동물학대를 이유로한 반대 민원이 이어지자 지정 조사는 보류했다. 다만, 문화재청이 연말까지 소싸움 무형유산 기초 학술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무형문화재위원회가 국가무형유산 종목 지정 가치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관련기사=문화재청, 소싸움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추진···동물권단체 반발(‘24.3.12))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관계자는 “이번처럼 반대 민원으로 지정조사 대상 안건에서 학술조사 용역을 거쳐서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예전부터 소싸움에 대한 (동물학대) 문제 제기는 있긴 했지만 최근 동물과 관련해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상황과도 관련 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반대 민원과 활동이 많았다”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