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초점] 돌봄 돌려막기는 언제까지? /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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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한국연구개발원의 보고서, 윤석열 대통령 모두 돌봄 노동 문제를 외국인에게 전가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달 5일, 한국은행과 한국연구개발원이 발표한 ‘돌봄 서비스 인력난·비용 부담 완화 방안’보고서는 돌봄 서비스직 노동 공급 부족과 비용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 달 4일,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내국인 가사도우미·간병인의 임금 수준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이민자 가족이 가사·육아 분야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방안에서 차이점은 있으나, 두 방안의 핵심은 외국인이나 외국 출신 국민이 최저 임금 이하로 고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기준은 노동과 생산에 대한 보상이 아니며,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하한선으로 정해져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 역시 근로 기간 동안 한국에서 거주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그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그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보장해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무리한 대책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논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돌봄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돌봄 노동 전반의 외주화가 양립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돌봄 노동 전반이 외주화가 가능한 구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돌봄 노동이 타 노동에 비해 낮은 경제적 대가를 받아야 한다. 돌봄 노동자를 고용하는 비용을 포함한 총지출보다 고용주의 총수익이 더 높아야만 계약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돌봄 노동자가 다른 직종으로 전환하기 어려워야 한다. 다른 노동이 돌봄 노동에 비해 더 높은 경제적 보상을 주는 구조라면, 타 직종으로 전환하려는 강한 유인 요인이 생긴다. 그럼에도 타 직종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강제나 사회적 허들이 존재해야만 필요한 돌봄 노동 총량과 저렴한 비용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즉, 돌봄 노동 전반의 외주화는 저임금으로 돌봄 노동을 전담하는 일종의 하위 계층이 존재해야만 가능하다. 이를 한 사회 내부 구성원에게 요구하기가 어려우니, 정치적·경제적 힘이 미약한 외국인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하위 계층을 형성하는 사회적 퇴보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민간 돌봄 서비스에 의존하는 구조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우선 육아 도우미 수요는 육아휴직 사용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발생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은 관련 정보가 공개된 OECD 회원국 19개 중 최하위였다. 간병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는 필요한 복지 수요를 모두 충족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하게 한다. 이 간병비를 노인들이 개인적으로 지불하기란 어렵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노인인구 소득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노인들이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거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이 필요 수요를 상당 부분 충족할 수 있었다면 현재의 돌봄 서비스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힘없는 이들이 사회 문제 전체를 떠받드는 구조는 유지되기 어렵다. 이들이 사회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조건이라면 지속 가능성은 더욱 낮다. 민간 돌봄 서비스에 대해 과도하게 의존해야만 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열악한 노동의 외주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려 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큰 비용을 한국 사회 바깥에 지불해야만 한다. 또한 경제적으로 열악한 계층을 새롭게 구성해 사회적 안정성을 크게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취약 계층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회적 부담을 분산하는 구조를 통해 돌봄의 자생력을 키워나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