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시청 정문 현관 앞 ‘시청광장’에서는 1인 시위나 기자회견 등을 하지 못하게 하는 ‘집회-시위 청정구역’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도 근거가 없는 데다, 시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측면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구시는 4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시청광장은 사전 신고 없이도 1인 시위 및 기자회견이 가능해 수시로 1인 시위 등이 발생했다”며 “장기간 또는 장시간 자리를 차지해서 시민과 민원인이 시청을 출입할 때 상당한 불편을 겪어왔으며, 주변 시민들이 소음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이와 관련해 관계기관과 올바른 집회 문화 정착을 위한 대책회의를 갖고 시청 광장을 ‘집회-시위 청정구역’으로 지정,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대구시는 “합법적 집회는 허용하되 집회질서 유지 및 민원인 불편 최소화를 위해 시청광장은 1인 시위 및 집회를 할 수 없는 ‘집회-시위 청정구역’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 현관부터 조경을 위해 설치한 화단까지 약 400m2를 ‘집회-시위 청정구역’으로 설정한다. 대신 청사 맞은편 시청 공영 주차장 앞 인도를 시위장소로 지정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지정한 ‘집회-시위 청정구역’은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 신고제로 운영되는 집회는 일부 지역에 대한 금지 조항이 있지만, 대구시청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구시가 문제로 삼은 소음 문제는 집시법으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
대구시가 콕 집어 못 하게 하겠다고 한 1인 시위는 일정한 기준만 준수하면 청와대 앞에서도 할 수 있다. 엄밀한 기준으로 보면 1인 시위는 집회나 시위가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의사 표현 자유를 보장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대구시는 1인 시위나 기자회견까지도 ‘통제’할 수 있는 구역을 자의적으로 설정해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권영진 시장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온 시민 소통 시정에도 역행하는 정책 결정이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얼마 전 대구시장과 간담회에서는 오히려 청사 안에서도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 브리핑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며 “시민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호소할 수 있는 공간을 안팎으로 열어야 하는데, 안에도 없고 밖도 봉쇄하는 건 시민들 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금수 처장은 “권영진 시장이 제일 강조하는 것이 소통인데,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을 한다는 건 지금까지 소통, 열린 행정이라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건지 납득이 안된다”며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적으로도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류제모 변호사(법무법인 하나로)는 “법적으로 따지면 그렇게 해줬으면 하는 희망 사항인 거죠. 상대방이 들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법적 근거를 갖고 통행금지를 하지 않는 이상 1인 시위도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1인 시위는 청와대 앞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