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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고려인 예라슬(가명, 44) 씨는 남편이 체포되는 모습을 틱톡 화면을 통해 알았다. 해당 영상에 등장하는 한 남성이 남편의 얼굴과 남편을 체포하는 경찰을 촬영해 여과 없이 틱톡과 유튜브에 올렸다. 그는 주황색 점퍼와 태극기 모자를 쓴 박진재 자유통일당 대구 북구갑 국회의원 후보다.
예라슬 씨는 동생이 알려준 해당 영상을 보자마자 식당에서 밥을 먹던 손님을 모두 내보내고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에 갔더니 남편을 이미 출입국에 인계했다고 해, 택시를 타고 출입국에 갔다. 당시는 일요일이라 보호소에 갇힌 남편을 만나지 못했고, 다음 날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남편은 예라슬 씨 가족이 대구에서 운영하던 식당 단골이었고, 자주 보다 보니 고향도 카자흐스탄으로 같았다. 결혼 당시 남편에게는 난민신청자(G-1)비자가 있었지만, 결국 난민으로는 인정되지 못했다. 언제 강제출국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예라슬 씨는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아이를 낳고 싶었다. 한국에 사는 두 동생 모두 아이를 낳았는데, 임신이 잘되지 않았다. 남편은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지만, 장기간 비용을 들여 함께 난임 치료를 받았다. 그러던 중 단속 소식을 들은 것이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가족을 구성하고 싶었던 예라슬 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남편과 좀더 난임 치료를 받고 싶어 대구출입국에 보호일시해제를 신청하고 미등록 체류에 대한 범칙금 1,000만 원을 납부했으나 출입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편은 결국 강제출국 됐다.
“남편은 난민 불인정 이후 체류 자격이 없어져서 특별히 밖에 다니지도 않고 가족이 운영하는 상점 일을 가끔 돕기만 했습니다. (박 후보 때문에) 잡혔을 때도 상점 일을 도우러 갔던 상황이었습니다. 우리가 누구에게 피해를 줬습니까? 가장 중요한 일이 아이를 갖는 일이었어요. 지금은 카자흐스탄에 추방된 남편에게 생활비만 부치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막막해요. 너무 화납니다. 황당합니다. (박 후보가) 무슨 자격이 있길래 사람 얼굴을 마음대로 찍고 공개하고, 추방시킵니까. 사람이라면 갖는 권리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진료비도 많이 들었고, 식당도 한 달 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피해까지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본인이 한 나쁜 일에 대해 처벌받길 원할 뿐입니다.”(예라슬, 44)
예라슬 씨는 7일 오후 4시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 인근에서 열린 박 후보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대경이주연대회의는 지난 2월 경찰에 박 후보, 박 후보와 함께 활동하는 자국민보호연대소속 성명불상자 다수를 체포, 감금, 협박, 폭행, 모욕, 명예훼손,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특수체포, 특수감금 등 혐의로 고발했고, 이날 집회도 열었다.
집회에는 이주여성 3명이 만삭의 몸으로 참석했고, 와룡시장이나 계명대 인근 상권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다 앞치마를 두르고 뛰쳐나온 이주민도 있었다. 이들 중에는 강제추방의 위험을 무릅쓰고 나온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포함돼, 약 200명이 모였다. 이들은 예라슬 씨처럼 가까운 사람이 박 후보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신고와 체포 행위로 인해 추방됐거나, 생활의 제약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집회에 참석해 성서경찰서 앞까지 행진한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 A(30) 씨도 심경이 복합적이다. A 씨는 미등록이주노동자이면서, 무슬림이기 때문에 박 후보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듣는다고도 생각한다. 실제 박 후보는 국회의원 후보 방송 연설에서 “무슬림 사원 폐쇄와 포교를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본인 선거공보물에도 ‘이슬람·힌두교 OUT’을 강조해서 표기했다. A 씨는 성서경찰서 앞에서 이주민들과 함께 “인권을 보장하라, 이주민은 이웃이다!”라고 외쳤다.
“5년 동안 고용허가제로 와서 일 했어요. 기한이 끝나고도 일을 더 해야 해서 남았고, 그래서 미등록이 됐습니다. 미등록이긴 하지만, 오늘 여기 오는 것이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고, 범죄자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저 일을 하길 원할 뿐입니다. 우리 가족과 우리 미래를 위해서요. 박 후보는 틱톡에서 봤습니다. 사람들을 체포하고, 무슬림을 향해서 인종차별적인 말을 하는 것도 접했습니다. 저도 무슬림입니다. 다만 박 후보와 그를 돕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숨어서 우리를 노릴 거라는 생각이 들면 공포스럽습니다.” (A 씨)
이상복 주한필리핀교민회 회장은 “(박 후보는) 아무런 권한도 없으면서 사람들을 불법으로 감금하고, 주거 침입, 폭행, 인권침해를 하면서 이를 자랑스럽게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며 “미등록 이주민은 현행범이 아니다. 범죄자도 아니다. 단지 체류 기간이 지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차민다 금속노조 성서공단지회 부지회장은 “비자가 없어도 인권은 있다. 허락 없이 가택에 침입받지 않을 권리, 마음대로 타인의 SNS에 얼굴이 공개되지 않을 권리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 대구인권단체연석회의는 성명을 통해 박 후보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박 후보 행위로 이주민은 공포감에 일상생활이 어렵고, 이 때문에 이주민 밀집 지역 상인들의 매출도 급감하는 등 악영향이 있다. 박 후보의 반문명적 정치 행위를 더 용납해서는 안 된다. 경찰의 구속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찰도 박 후보의 폭행, 체포감금 등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박 후보는 경찰에 출석하지 않았고, 혐의도 부인하고 있다. 박 후보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고발은 누구든지 할 수 있다. (경찰서에) 가서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하면 된다. 내가 누굴 때렸나. 때렸다는 증거를 가져와 보라. 현행범이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영장이 없어도 체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인의 미등록 여부를 어떻게 알고 현행범으로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박 후보는 “제보가 온다. 하루에 수백 건이 온다”며 “대포차나 무면허, 무판(번호판 없음)은 경찰에 신고하고 누구나 조회 가능한 365시스템으로 확인하면 무보험 (여부가) 나온다. 경찰에 신고하고 일단은 그 사람을 검거해 기다린다. 도망가면 기자님이 잡을 건가. 경찰이 오는 시간이 10분 이상 걸린다”고 주장했다.
사적으로 체포 시 사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박 후보는 “내가 때리기를 했나 죽이기를 했나. 불법을 가만히 보고 있을까. 나는 불법은 무조건 잡는다. 때린 적은 한 번도 없다. 폭력은 없었다. 증거를 가져 오라”며 “경찰이랑 (마약 관련) 합동작전을 할 때 삼단봉을 들고 갔는데 그걸 (언론이) 쇠몽둥이라고 표현을 한다. 때린 적은 한 번도 없고, 욕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뉴스민>은 박 후보자에게 공직선거 후보자로서 ‘무슬림 OUT’을 주장하는 의미, 본인의 과거 횡령죄,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로 징역형 등을 선고 받은 경위에 대해서도 확인하려 했으나 박 후보자는 통화 도중에 전화를 끊고 다시 받지 않았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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