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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민>은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대 인류의 큰 위기로 부각되고 있는 기후위기를 정치권이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시민들에게 물었다. 대구와 경북 곳곳을 찾아가 시민들을 만났고, 이들이 체감하는 기후위기는 어느 정도인지, 누가 해결해야 하고, 대책은 뭐라고 보는지, 다가오는 선거에서 기후위기가 후보자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지 등을 물었다.
청도의 자택에서 만난 황성현(50대) 씨는 “‘기후위기가 문제’라고 말하는 게 농정의 다른 문제들을 가릴 수 있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황 씨는 20년 전 청도로 귀농했다. 유기농업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황 씨는 다행히 지난해 큰 피해 없이 복숭아 수확을 마쳤다. 그는 점점 심해지는 과수화상병, 탄저병 등 병해가 기후위기 탓만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관 주도의 광범위한 드론 살포로 인한 농약 비산 위험을 들었다.
“전국적으로 드론 살포가 늘어나고 있어요. 드론 방제 자체가 돈이 많이 들고, 드론 조종 면허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이 하긴 어렵거든요. 대부분 관에서 방제단을 꾸려서 운영하는데, 농약값도 일부 지원해 줍니다. 물론 매뉴얼이 있지만 주변 밭에 피해가 많이 가게 되죠. 특히 저처럼 유기농업을 하는 경우에는 피해를 많이 입습니다. 물론 관에선 사전 교육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방제를 할 때 잘 지키는지 감독하고, 지키지 않는다면 면허를 취소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순 없을까요. 관에서 중재하거나 비산을 막는 장치를 마련해주지 않으니 결국 제가 사정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몇 년새 청도에서도 대부분 복숭아 밭이 농사가 어려웠다. 전정할 때 자른 가지를 땅에 그대로 두면 탄소가스가 나온다는 말이 돌거나 공업용 살균제, 과산화수소를 뿌리는 사람도 있었다. 관에선 병해충 방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농약을 추가 지원하고 있다. 농약 사용을 더 부추기는 셈이다.
황 씨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선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씨는 “큰 틀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인식 전환을 두고 조금씩이라도 가야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농사용 전기 면세가 없다면 좀 아껴 쓰고 새로운 농사법을 개발하는데, 관에서 도와주는 게 결국은 농약을 더 쓰고 환경이 나빠지게 하는 건 아닐까 싶다. 사탕 하나 주고 달래는 꼴밖에 안 된다”고 했다.
“유기농업이 정답이라는 게 아닙니다. 농약과 비료에 의존한 농업 전반에 대한 반성과 인식 개선의 과정에서 유기농업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후위기의 영향인지 확신할 순 없지만 개화기 때 냉해가 여러 해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벌이 붙어도 꽃 암술이 다 얼어서 수정이 안 돼요. 벌써 2020년부터 3년 내리 겪었습니다. 이렇게 이례적인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서리를 예방하는 방상팬 사업을 홍보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등 뚜렷한 대책은 없습니다. 방상팬은 설치비가 많이 들어서 지원금을 받는다고 해도 실제 선정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뿐이거든요. 실제 효과가 있는지, 어디에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정확한 연구 결과가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나머지는 어떻게 하나요”
사업성 보조사업 대신 농민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 개념의 수당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지금의 농민수당은 공익적인 가치를 부여하기도, 소득 보전 차원에서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이다. 황 씨의 농가경영체에는 가족 3명이 등록돼 있다. 하지만 경북 농민수당은 농가당 연간 60만 원이 지급되니, 한 명의 농민이 연간 20만 원을 받는 셈이다.
“농업 전반의 인식 개선과 함께 농민 기본소득 비중을 늘리면 어떨까요. 우리집이라면 부족한 농자재를 사거나, 돈을 보태서 농기계를 사겠죠. 어쨌든 내가 필요한 걸 내가 알아서, 돈을 아껴서 산다는 거죠. 지금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보조사업과 달리 내 돈이기 때문에 절대 낭비를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농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스럽게 농약 사용이 줄어들 거라고 봅니다. 농사를 짓고 싶은데 체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그 돈으로 운동을 하거나 고기를 사 먹겠죠”
황 씨는 다만 그만큼의 책임도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인 당신이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지원해 준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확실하게 고지해야 합니다. 기준을 정해서 위반하면 그에 맞게 페널티를 주는 식이죠. 쓰레기를 태우지 마라, 땅을 아름답게 가꿔라, 농약을 칠 때도 잔류 안 하게 규정을 지켜서 쳐라, 농약 다 쓴 건 도랑에 버리지 말아라 처럼요”
[편집자주] ‘롭다’는 ‘그러함’ 또는 ‘그럴만함’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기후+롭다’는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위기 대응을 고민하며,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한다는 의미를 담아 뉴스민이 고안한 말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 상승하는데 남은 시간은 5년 남짓, 이번에 선출되는 22대 국회는 그 5년 중 4년을 쓰는 국회다. 그동안 우리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무관심하고 무능했다는 걸 고려하면, 이들에게 주어진 4년이란 시간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간이다. 뉴스민은 22대 국회는 기후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기후로운 투표생활’ 기획보도를 시작한다.
[뻘건맛 시즌3] 기후로운 투표생활 시작합니다 (‘24.3.6)
[기후로운 투표생활] ① 2.1%, 21대 국회의 한계 (‘24.3.6)
[기후로운 투표생활] ② 기후로운투표생활위원회, “22대 총선 키워드는 기후국회”(‘24.3.6)
[기후로운 투표생활] ③ 지속가능 농·어업 고민 않는 국회(‘24.3.8)
[기후로운 투표생활] ④ 재난에 떠밀려 땜질하는 국회(‘24.3.11)
[기후로운 투표생활] ⑤ ‘탈탄소’ 보다 ‘저탄소’에 머문 국회(‘24.3.13)
[기후로운 투표생활] ⑥ 전국 사과 생산 1위, 경북의 한숨···“기후가 위기” (‘24.3.21)
[기후로운 투표생활] ⑦ 재생에너지 확충, ‘채찍질’ 망설인 국회 (‘24.3.28)
[기후로운 투표생활] ⑧ 탄소배출 악순환, 오늘은 오징어, 돌고 돌아 내게로(‘24.3.29)
[기후로운 투표생활] ⑨ 정당별 기후위기 공약···재생에너지 목표부터 차이 (‘24.3.29)
[기후로운 투표생활] ⑩ 대구·경북 후보 74명 중 21명만 기후위기 공약 (‘24.4.2)
[기후로운 투표생활] ⑪ 면세유만으로 그릴 수 없는 농업의 미래 (‘24.4.3)
[기후로운 투표생활] ⑫ 기후위기 정책 질의도 대구·경북 74명 중 20명만 답 (‘24.4.4)
[기후로운 투표생활] ⑬ 태풍 힌남노의 재난은 여전히 진행중 (‘24.4.4)
[기후로운 투표생활] ⑭ 국회는 언제까지 농어업재해보험만 손질할까 (‘24.4.5)
[기후로운 투표생활] ⑮ 온실가스, 포스코, 그리고 포항 (‘24.4.8)
[기후로운 투표생활] ⑯ 지속가능한 농업, 변화 더딘 국회와 마음 급한 농민들 (‘24.4.9)
[기후로운 투표생할] ⑰ 재난 없던 도시 경북 예천의 미래 (‘24.4.9)기후로운투표생활 특별취재팀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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