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동상 말고, 박정희 정신을 계승합시다

08:38
Voiced by Amazon Polly

대구시가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입법예고 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님은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지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입법예고한 조례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등을 지원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동상 건립도 기념사업의 일환일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동상을 세우는 일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치권력의 재현물로 웅장하게 세워진 동상은 권력의 붕괴, 시대의 변화가 일어날 때면 첫 번째 공격 대상이 될 뿐입니다. 소련 전역에 세워져있던 레닌과 스탈린 동상 철거 열풍이 불었고, 중국의 마오쩌둥 동상도 설치와 철거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 동상도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동상 건립은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소중한 유산에 먹칠하는 일일뿐입니다.

동산 건립 대신, 박정희 정신을 계승하는데 애를 써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다른 공도 있겠지만, 지금 오늘날 우리가 계승해야 할 박정희 정신의 1순위는 ‘개발제한구역(GreenBelt)’이 아닐까 합니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을 제시하고 있는 이때, 박정희가 남긴 그린벨트를 지켜내고, 탄소중립에 앞장선다면 이보다 큰 브랜드 가치는 없을 겁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1년 7월 서울, 인천, 성남 등 수도권을 시작으로 1977년 4월 전라남도 여천, 여수까지 총 8차례에 걸쳐 지정하였고, 1개 특별시, 6개 광역시, 35개 시, 21개 군, 49개 구에 걸쳐 총면적 5,397㎢의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했습니다. 전 국토의 5.4%나 됐습니다. 이후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중·소도시 개발제한구역이 전면 해제됐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입니다.

이제 개발제한구역은 지정 당시 70%인 3,793㎢만 남아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민생토론회를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이 군사보호구역 해제와 비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푸른 숲을 가꾸고, 개발제한구역을 지정해 도심 주변의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고, 탄소중립의 기틀을 만든 박정희 대통령의 정신에 반하는 모습입니다.

홍준표 시장님,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고 전국에 널리 알리고 싶다면 동상 건립 대신 박정희 정신 계승 사업에 앞장서주시기를 바랍니다. 동상 건립이 문제가 아닙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유산, 정신을 해제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분연히 맞서주십시오. 기후위기에 맞선 녹색운동의 뿌리, 새마을운동을 기억해주십시오. 동상 건립 대신 기후위기 시대 새마을의 노래 공모전을 해보면 어떨까요? 이렇게 말입니다.

“그린벨트 잠겼네 탄소중립 밝았네 동상건립 대신해 기후위기 막으세. 살기좋은 대구시, 우리 힘으로 만드세.”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