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로운 투표생활] 청어, 오징어는 어디 가고···화려한 물고기야 너는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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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민>은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대 인류의 큰 위기로 부각되고 있는 기후위기를 정치권이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시민들에게 물었다. 대구와 경북 곳곳을 찾아가 시민들을 만났고, 이들이 체감하는 기후위기는 어느 정도인지, 누가 해결해야 하고, 대책은 뭐라고 보는지, 다가오는 선거에서 기후위기가 후보자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지 등을 물었다.

어민들은 기후위기의 징후를 어망에서 확인한다. 경북 울진에서 만난 어민들은 건져 올려지는 어망 안에서 친숙하게 잡혀 올라오던 청어나 오징어 대신 낯선 어류나 거북이, 뿔소라 같은 걸 만난다. 이들은 잦고 대규모로 피해를 입히는 산불도 바다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더 변화할 미래를 걱정했다.

울진에서 정치망 어업을 하는 남순현(77) 씨는 기후가 바뀌어서 달라진 게 뭐냐는 물음에 “옛날에 (동해에) 없었던 거북이도 보이고 동남아에서나 보던 색이 아주 화려한 고기가 여기에서 난다. 그런 고기는 익숙하지 않아 가격이 없다”며 “60년도에는 동해안의 청어가 울진에서 많이 잡혀서 옛날에 (청어 가공)공장들이 생겼다. 그런데 지금 청어가 안 난다”고 말했다.

횟집을 운영하는 전승훈(51) 씨도 기후의 변화를 줄어든 오징어에서 체감한다고 했다. 전 씨는 “동해는 원래 오징어가 많이 나오는데 지금은 동해에 오징어가 없다. 대게도 물량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오징어도 들어오긴 하는데 물량이 줄었다. 그래서 가격이 비싸다. 오징어가 물량이 많이 나왔을 때는 한 마리가5,000원에서 8,000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만 8,000원~2만 원 정도니까 두 배, 세 배 정도 뛰었다. 10년 뒤에는 오징어가 금 값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게를 잡는 임기봉(69) 씨는 대게가 잡히는 수심이 깊어지는 것에서 기후위기를 실감한다고 했다. 임 씨는 “대게도 올해부터는 수심 깊은 곳에서 많이 난다. 온도가 많이 상승되어서”라며 “대게는 원래 물이 차가운 곳에서 산다. 물 온도가 높으면 대게가 안 좋다. 잡히는 어종도 달라졌다”며 “안나 던 남쪽 고기들이 보이고, 뿔소라도 잘 안 나왔는데 뿔소라도 있다””고 말했다.

임 씨와 남 씨는 울진에서 반복되는 대규모 산불이 바다에도 영향을 미쳐 어종에 영향을 미치고 어획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걱정했다. 남 씨는 “재나 산불에 탄 숯들이 비가 오면 바다로 들어온다. 재나 숯이 많이 쌓인 곳은 어군탐지기로 보면 대충 나오는데 2~3미터씩 쌓여있다”며 “이게 다 양잿물 성분이다. 양잿물 성분이 몇 미터씩 쌓여 있으니까 그 독성으로 인해 고기가 안 들어온다”고 추측했다.

임 씨도 “산불도 크게 났는데, (산불 잔해물이) 바닷물에 들어와서 바다 안쪽(연안)으로 고기가 없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추측도 하고 있다”며 “양잿물, 잿더미 이런 게 바다로 나와서 수심 20~30미터 이런 곳에 그물을 당겨 보면 그런 느낌이 있다. 그 영향 때문에 문어라든지, 나는 게 영 시원치 않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롭다’는 ‘그러함’ 또는 ‘그럴만함’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기후+롭다’는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위기 대응을 고민하며,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한다는 의미를 담아 뉴스민이 고안한 말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 상승하는데 남은 시간은 5년 남짓, 이번에 선출되는 22대 국회는 그 5년 중 4년을 쓰는 국회다. 그동안 우리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무관심하고 무능했다는 걸 고려하면, 이들에게 주어진 4년이란 시간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간이다. 뉴스민은 22대 국회는 기후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기후로운 투표생활’ 기획보도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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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로운투표생활 특별취재팀
이상원, 박중엽 기자
여종찬 PD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