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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일보가 과거 기자 신분을 이용한 권력형 비리로 징역형 처벌을 받은 전직 기자 A 씨를 사회2부장으로 채용해 논란이다. 대구일보 노조는 A 씨가 출근을 시작한 이후에도 채용 철회를 요구하고 하지만, 사장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A 씨는 지역신문사 재직 당시 화재로 소실된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재건축과 관련해 시공사 선정에 도움을 주겠다며 건설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 됐다. 당시 사건에는 상인연합회와 건설사, 기자, 공무원 등이 연루됐으며 이후 A 씨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A 씨 채용 사실을 확인한 한국기자협회 대구일보지회와 전국언론노조 대구일보지부는 지난달 28일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후혁 사장이 (A 씨의) 범죄 사실을 알고도 계약을 강행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기자 신분으로 범죄에 연루돼 지탄받던 사람을 사회 공적 역할을 하는 언론사에 다시 들인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구일보 기자들은 A 씨가 출근을 시작한 1일, 사옥 앞에서 ‘범죄 경력자 기자 채용을 반대한다’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혁 대구일보 사장은 A 씨를 사회2부장, 부국장대우 직급으로 임명하는 사령을 내며 강행했다.
이 사장은 사내망 공지사항을 통해 “여러분이 걱정과 우려를 보내는 분은 과거 큰 허물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법적 처벌을 받았고 제도권 밖에서 10년 이상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본사의 취업규칙 채용자격 요건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덧붙여 “그동안 간부들의 영입을 시도했지만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궂은 일을 하겠다며 나서는 분은 드물었다”며 “그분에게 재기의 기회를 허용하고 지역 언론을 위해 헌신할 책임을 다하도록 강제하자. 한 번 잘못으로 재기의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사회는 결코 대구일보가 꿈꾸는 세상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고 썼다.
대구일보 구성원들은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기자, 업무국 직원 포함 22명의 대구일보 구성원은 2일 기명성명을 통해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 언론인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내버린 그에게 왜 대구일보가 면죄부를 줘야 하는가. 지역 다른 언론사에서는 왜 그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겠는가”라며 “구성원 반발에도 채용을 강행했는데 회사는 이후 논란 방지를 위해 어떤 장치를 마련하겠는가. 지금이라도 A 씨의 채용을 철회하고 지역사회에서 지탄받지 않는 인물로 새로 영입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일보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논란 방지를 위한 대책과 채용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는 이미 출근을 시작했기 때문에 채용을 확정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 반대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이후혁 사장에게 전화했으나 “사내망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걸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