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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 故 박재희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박 활동가는 경북 곳곳에서 장애인 인권침해 대응과 자립생활 권리를 위해 활동하다, 지난해 4월 3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2일 오후 6시 30분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열린 추모제에는 박 활동가의 지인과 동료 활동가, 함께 생활했던 장애인 단체 회원 등 40여 명이 모여 박 활동가를 추모했다.
추모제는 민중의례, 장애해방 열사를 위해 투쟁한 동지를 위한 묵념, 추도사와 추모사,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사에는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들이 나섰다.
또한 장애인 인권 관련 공익 제보자 지원에 힘썼던 박 활동가를 기리기 위한 ‘인권활동가 상’도 추진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공익신고자연대, 경북노동인권센터 등은 오는 7일 제1회 인권활동가상 시상식을 연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 인권 향상과 인권침해를 당한 사람에 대한 인권 옹호 활동에 헌신하는 활동가를 알리기 위해 해당 상 제정을 추진했다.
추모제에서 임재현 추모위원장(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박 활동가는 장애인 동지들의 삶을 누구보다 공감하고 이해했다. 장애인 동료가 말하는 박 활동가는 당사자의 말 한마디도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씨를 가졌다고 한다. 넓은 지역 활동에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고 밝게 웃었다”며 “박 활동가가 힘들때 쉴 수 있는 그늘이 되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 오랫동안 센터에서 활동하며 외롭고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몰랐던 것이 미안하고, 박 활동가를 아낀 친구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배예경 경북장차연 상임대표는 “척박한 경북 땅에 인권침해 사건이 있을 때마다 함께 했던 일들이 기억난다. 작은 몸으로 경북 땅을 휩쓸면서 인권활동을 실천했다”며 “36일간 경주시청 점거 이후 6명의 시설 장애인이 집 밖에 나와 자립생활을 잘하고 있다. 영혼까지 다 끌어내 활동한 사람, 감사하고 뼈저리게 가슴 아프다. 그녀의 활동이 부끄럽지 않게 연대해서 이 땅의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떳떳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종광 센터 운영위원은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생기고 얼마 후 처음 만났다. 이후 박재희 활동가가 센터 일을 시작했다. 박 활동가는 센터 일을 시작하고 주말 없이 센터에 있었다. 밤에 센터를 지나갈 때면 불이 켜져 있었고, 그때마다 퇴근하라고 해도 아직 할 일이 많다며, 센터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고 왔다며 고맙다고, 웃음으로 맞아줬다. 누가 부탁을 하면 거절도 못하고 일했다. 고맙고,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용식 센터 이사는 “박재희 활동가는 경산과 경북 곳곳에서 인권침해에 내몰린 장애인과 그 문제를 드러낸 공익 신고자들의 탄압에 맞서 헌신했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지만 우리가 그를 위해 해줄 게 없다는 것이 슬프고 안타깝다”며 “추모하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하는 자리였으면 좋을텐데 하는 뒤늦은 후회도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박재희 활동가를 기억하며 여러분이 자리해 주신 것이다. 또한 여러 곳에서 박재희 활동가를 기억하고 기리는 일이 추진되고 있어 한편으로 위안이다. 박재희 활동가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뜻은 곳곳에 남아 우리를 맞이할 것을 믿는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3일 오후 2시에는 박 활동가의 위패가 있는 영천시 청통추모관 추모방문도 열릴 예정이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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