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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막말 파문으로 공천 후보가 취소되는 일을 겪은 대구 중·남구 선거구 후보자 토론회는 국민의힘 후보가 색깔론 공세를 당하는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된 후 무소속 출마한 도태우 후보는 국민의힘 김기웅 후보가 17년 전 통일부 근무 당시 쓴 NLL(서해북방한계선) 관련 기고글을 문제 삼으며 색깔론을 폈다.
2일 오후 2시 10분 대구중남구선거방송토론회 주관, 대구KBS 중계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중남구 선거구 후보자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로 허소(54)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기웅(62) 국민의힘 후보, 도태우(54) 무소속 후보(기호순)가 나섰다.
도 후보는 시작발언에서부터 “저는 중남구 주민들이 두 차례의 경선에서 보수 후보로 선택해 준 후보이다. 하지만 좌파 세력은 총력을 다해 공천을 취소시켰고, 해상 주권을 포기하는 NLL 무력화에 동의했던 후보가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며 “당선 후 복귀해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주장했다.
도 후보가 문제 삼은 글은 김 후보가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평화체제 구축팀장으로 있으며 국정브리핑 사이트에 올린 기고문이다. 도 후보는 김 후보에게 “‘우리 측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NLL’이라는 발언(문구)에 대해 지금이라도 공개적으로 부정하고 사과할 의향이 없냐”고 따졌다.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NLL을 둘러싼 남북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북한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을 계속 협의한다는 조항을, 남한은 NLL을 존중한다는 전제하에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당시 배경을 살펴보면 김 후보는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제를 글에 담으려 한 걸로 풀이된다. ‘서해바다를 평화와 민족 공동번영의 터전으로’라는 제목의 기고문에는 “정전협정 협상 과정에서 합의하지 못했던 사안인 만큼, 우리 측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NLL에 대한 북측의 태도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동해에 비해 해안선이 복잡한 서해의 NLL은 애초부터 남북 간에 큰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썼다.
이어서 “서해 불가침 경계선 문제는 그 성격상 남북이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그리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서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있기 때문에 그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그 이전이라도 이 지역에서의 평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러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조차 마치 우리 측이 북측에 일방적으로 큰 양보나 하는 것처럼 매도한다면 이는 참으로 어리석고 불행한 일이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도 후보의 지적에 대해 김 후보는 “허위사실이다. 칼럼은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확고히 지켜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라며 “없는 얘기를 만들거나 사실을 왜곡해 국민을 혼선시키고 국론을 분열하게 하면, 그것을 원하는 게 북한”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토론회에선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에 대해 허소 후보와 김기웅 국민의힘 후보가 입장 차를 보이기도 했다. “2년간 정부의 대기업, 자산가, 부동산 부자를 위한 감세정책은 약 56조의 세수 감수로 이어졌다. 국세가 줄면 지자체로 내려오는 교부금도 줄 수밖에 없다”는 허 후보 지적에, 김 후보는 “경제정책의 효과는 몇 년 뒤 발휘된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으로 보는 게 맞다”고 대응했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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