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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동대구역 일대에 ‘박정희 우상화’ 사업을 추진하는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항해 전면적인 반대 활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들은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발족을 준비하면서, 22일부터 예정된 대구시의회 임시회에서 심의될 박정희 기념 사업 조례안부터 막겠다는 입장이다.
1일 오전 (가)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박정희 우상화 반대 운동본부)는 산격동 대구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시장이 추진하는 박정희 우상화 사업에 반대하고, 조례안에 반대하는 시민 의견서 889건을 접수했다.
박정희 우상화 반대 운동본부는 박정희 유신 독재 시절 독재정권으로부터 고문 등의 피해를 받은 피해자 단체를 중심으로, 지역 시민사회·종교 단체가 결합해 구성되고 있다. 임성종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0일 준비모임 성격의 시민모임을 가졌고, 21일부터 31일까지 조례안 반대 의견서를 모집했다.
대구시는 지난달 11일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고, 4월 1일까지 조례안에 대한 의견을 접수 중이다. 홍 시장은 지난달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 붙이고,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조례안 제정 절차는 홍 시장의 공언 이후 본격화된 행정 절차다.
임성종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1,300여 명의 반대 의견서가 모였고, 이중 대구 시민 의견만 추린 것이 889건”이라며 “온라인을 통해 직접 대구시에 의견서를 제출한 이는 더 있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군사쿠데타를 통해 집권해 장기간 독재를 하며 민주주의를 압살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 등을 동대구역 광장에 세우는 건 불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화에 대한 그의 공을 인정하더라도 박물관 등을 통해 공과를 함께 기록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이뤄진 대표적 ‘사법 살인’ 피해자들을 기리는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김찬수 이사장은 “동대구역 광장이 특정 개인의 소유물인가, 국민 철도이고 세계로 웅비해 나가는 미래의 통일 철도의 출발이 부산, 동대구, 대전, 서울”이라며 “할 것을 해야 한다. 홍 시장은 당장 박정희 우상화 사업을 멈춰야 한다. 대구시의회는 조례안을 즉각 폐기 처분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김 이사장은 “박정희는 광장으로 나가야 할 인물이 아니라, 박물관으로 들어가서 역사의 냉엄한 평가 속에서 오욕과 영광과 부침을 국민들이 기억하게 해야 할 것”이라며 “홍 시장은 역사 앞에 오만하지 말고 독선을 걷어치우고 겸손해지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정희 군사정권 긴급조치의 피해자인 백현국 대구경북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도 “박정희가 저지른 범죄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전태일 노동자가 분신할 수밖에 없도록 노동자를 가장 탄압했고, 죽을 땐 시바스 리갈, 양주를 먹다가 총 맞아 죽었다. 그런 사람 동상을 만들어 뭘 배우겠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백 대표는 “우리는 자유로운, 자주적인, 평화로운 민주국가를 원한다. 그 민주주의 파괴의 첫 손가락에 바로 박정희라는 인간이 있다”며 “홍준표가 정치적 야욕 때문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는 발상을 했는지 모르지만, 이것은 홍준표가 죽는 길”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대구시가 입법예고한 조례안은 오는 4월 22일부터로 예정된 대구시의회 308회 임시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기획행정위원회가 상임위 심사를 통해 의결하면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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