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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앞두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6개 정당에 보낸 정책 공개 질의 결과를 발표하고, 특별법 개정과 피해자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진보당은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 확대 등 17개 정책 제안에 대부분 ‘찬성한다’고 답했으나 국민의힘, 개혁신당은 답하지 않았다.
전국의 전세사기 피해 지역 대책위 등이 모인 대책위는 27일 오전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관련 공개 질의서에 대한 6개 정당(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녹색정의당·진보당·개혁신당·새로운미래)의 답변을 공개했다. 지난 14일 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 구제 ▲예방·관리 감독 ▲가해자 처벌 등 17개 정책에 대한 공개 질의서를 각 정당에 발송했다.
대책위는 “녹색정의당, 진보당은 대책위 제안에 더해 추가 공약을 내놔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철빈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녹색정의당은 전세사기 피해를 전수 조사하고, 깡통주택의 경우 단계적으로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한다는 공약을 냈고, 진보당은 미분양아파트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제공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 질의에 답하지 않은 국민의힘, 개혁신당에 대해선 “피해자들은 투표로 응답할 것이다. 특히 전세사기를 핑계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국민의힘 공약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선정한 22대 총선 나쁜 후보’로 원희룡(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김정재(국민의힘, 경북 포항북구) 후보를 뽑았다. 대책위는 선정이유를 “원 후보는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빠진 반쪽짜리 특별법이 제정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김 후보는 국회 국토교통위 여당 간사로서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엄밀하게 얘기하면 옛날 1980년대, 1990년대 같으면 정부에 얘기도 못한다’고 말하며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안겨줬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저녁 7시 대구 중구 CGV대구한일 앞에선 ‘영남권 전세사기 피해자 증언대회, 그들은 우리를 대변하지 않았다’가 열렸다. 인천, 대전, 수원, 부산 등 전국에서 모인 피해자들은 직접 구호피켓을 제작하는 사전 행사를 가졌으며, 주최 측 추산 120여 명이 참석했다.
석진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경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에서 오늘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한다”며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총선보다 민생이 먼저이다. 겪어보지 않고 ‘젊은 날의 경험’이라는 막말, ‘선구제 후회수 검토해 보겠다’는 위선으로 말 바꾸는 정치를 그만두고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말했다.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인 구민정 씨도 “대한민국에선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힘들다는 말이 있다. 그걸 우리가 겪을 줄은 몰랐다. 아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가해자가 얼굴 들고, 피해자가 고개를 숙이고 사는 세상은 아니길 바란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우리도 피해자가 되기 전까지 평범한 시민이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국가가 우리를 보호해야 하며, 그건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려보내달라”고 전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를 세 차례 열어 1,073건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의 지원 대상 피해건은 누적 1만 4,001건이 됐다. 이중 대구경북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례는 417건(2.9%)이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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