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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민>은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대 인류의 큰 위기로 부각되고 있는 기후위기를 정치권이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시민들에게 물었다. 대구와 경북 곳곳을 찾아가 시민들을 만났고, 이들이 체감하는 기후위기는 어느 정도인지, 누가 해결해야 하고, 대책은 뭐라고 보는지, 다가오는 선거에서 기후위기가 후보자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지 등을 물었다.
경북 청송군 청송재래시장에서 만난 심영희(67) 씨는 분명한 기후유권자다. 14년 전부터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는 그는 최근 3년 새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크다면서 정당과 상관없이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내는 후보를 우선해 지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심영희 씨는 기후위기를 체감하느냐는 물음에 단박에 “우리는 사과 농사를 짓기 때문에 대게 민감하다”고 했다. 심 씨는 “봄에 과수원에 꽃잎이 나오는데 작년 같은 경우엔 날씨가 갑작스레 냉해가 있어서 다 얼어버렸다. 기후 때문에. 앞으로 계속 이러면 농사가 힘들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14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다르다. 요즘은 겨울이 여름 같기도 하고, 겨울이 어떨 때는 봄 같기도 하다. 얼마 전에도 따뜻하지 않았나. 그래서 농민들이 꽃눈이 나오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을 많이 한다”며 “4월까진 불안하다. 따뜻해지면 나무나 농작물이 봄인 줄 알고 싹을 틔우는데, 4월 말까지 서리가 안 온다고 못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밭이 산꼭대기에 있어서 어려운 걸 못 느꼈다. 사과 보험도 안 넣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안 되더라. 보험 넣은 지 올해로 4년째다. 전에는 그런 것도 없었는데 한 3년 전부터 심해졌다. 작년엔 더 심했다. 예년보다 수확량이 ⅔ 정도 줄었다”며 기후위기 체감을 5점 척도로 묻자 “작년 같으면 5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엔 보험금을 좀 받긴 했는데, 보험 말곤 지원받는 게 없었다”면서도 “보험 이전에 날씨가 좋은 게 좋다. 아무리 보험 보상 받아도 사과 농사 잘 지어서 파느니만 못하다. 그게 사과나무에도 좋다. 사과가 많이 안 나면 나무가 웃자란다. 도장지라고 하는데, 그게 계속 자란다”고 덧붙였다.
또 4.10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과 상관없이 기후위기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를 지지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당연히 있다. 5점”이라며 “환경을 깨끗이 해야 한다. 시골에선 재활용 봉투가 있어도 사용을 잘 안 한다. 그냥 태운다. TV 수신료를 전기세에 내듯이 쓰레기 봉투도 의무로 비용을 내고 무조건 쓰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편집자주] ‘롭다’는 ‘그러함’ 또는 ‘그럴만함’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기후+롭다’는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위기 대응을 고민하며,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한다는 의미를 담아 뉴스민이 고안한 말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 상승하는데 남은 시간은 5년 남짓, 이번에 선출되는 22대 국회는 그 5년 중 4년을 쓰는 국회다. 그동안 우리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무관심하고 무능했다는 걸 고려하면, 이들에게 주어진 4년이란 시간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간이다. 뉴스민은 22대 국회는 기후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기후로운 투표생활’ 기획보도를 시작한다.
[뻘건맛 시즌3] 기후로운 투표생활 시작합니다 (‘24.3.6)
[기후로운 투표생활] ① 2.1%, 21대 국회의 한계 (‘24.3.6)
[기후로운 투표생활] ② 기후로운투표생활위원회, “22대 총선 키워드는 기후국회”(‘24.3.6)
[기후로운 투표생활] ③ 지속가능 농·어업 고민 않는 국회(‘24.3.8)
[기후로운 투표생활] ④ 재난에 떠밀려 땜질하는 국회(‘24.3.11)
[기후로운 투표생활] ⑤ ‘탈탄소’ 보다 ‘저탄소’에 머문 국회(‘24.3.13)
[기후로운 투표생활] ⑥ 전국 사과 생산 1위, 경북의 한숨···“기후가 위기”(‘24.3.21)기후로운투표생활 특별취재팀
이상원, 김보현 기자
여종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