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여성이 대통령인 나라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나라입니다”
30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6 여성UP엑스포’ 비정상회담에서 한국, 스웨덴, 중국, 터키 비정상 대표가 각국 여성의 지위에 대해 토론했다. 대구여성회 회원들이 각 나라 비정상 대표로 나섰고, 김미정 UN여성차별철폐위원장이 참석했다.
안건은 “대한민국 성평등 현실 정상인가요? 비정상인가요?”였다. 한 20대 여성은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한국 성평등 격차가 현실보다 낮게 나온 것 같다는 사연을 보냈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세계성평등 격차에서 한국은 145개국 중 115위였다.
김명선 한국 대표는 “당시 그 발표가 났을 때 한국 남성들은 말이 안 된다고 난리가 났었다. 법이나 제도적으로는 많이 개선됐지만, 강남역 살인 사건, 섬마을 성폭행 사건 등을 봤을 때 대한민국 남녀평등 수준은 아직 후진적”이라며 “대통령이 여성인 나라이지만, 그 사실이 모든 성차별 문제를 가리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계성평등 격차 4위를 기록한 스웨덴 역시 순위가 너무 낮게 나와 난리였다. 박미진 스웨덴 대표는 “우리나라는 페미니즘의 나라를 표방한다.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가 우리 앞에 있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우리가 꼴찌였다”며 “그 이후로 정부 차원에서 어떻게 하면 성 격차를 줄일 건가 고민하고 있다.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그런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미향 터키 대표는 패널 중 유일하게 ‘정상’이라고 답했다. 황미향 대표는 “우리나라는 130위를 했었다. 내가 볼 때 한국은 터키보다 높으므로 정상이라고 본다”며 “대통령이 여성과 남성은 동등할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페미니즘이 여성의 모성을 부정한다고 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김미정 UN여성차별철폐위원장은 세계 여성 관련 통계를 발표했다. 2015년 OECD 국가별 남성 가사노동시간 조사에서 한국 남성은 45분으로 29개 조사 대상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남성 임금 대비 여성 임금은 63.3%로 역시 OECD 국가 중 꼴찌다.
김미정 위원장은 성별 임금 격차가 많이 나는 이유로 낮은 여성노동시장 참여율과 공공기관 등 고위급 여성 비율이 낮은 점을 꼽았다.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출산, 육아기인 30대 여성 고용률은 평균보다 낮다. 2014년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68.8%였지만, 30~34세는 57.7%, 35~39세는 54.9%로 떨어진다. 30대 여성 고용률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멕시코, 터키뿐이다.
김명선 한국 대표는 “출산율도 우리나라가 최하위다.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고, 일하는 여성은 일을 그만둬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일가정양립정책’이라고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우선 그 정책 대상이 여성으로 한정돼있다. 여성은 일도 하고 가정도 독박쓰는 구조다”며 “서로가 저녁이 없는 삶에서는 육아와 가사노동을 같이하자고 하기 힘들다.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미진 스웨덴 대표는 “스웨덴에서는 가사노동과 육아도 남성의 권리라고 인식한다. 직장에서 동등할 권리, 가정에서 동등할 권리를 항상 이야기하고 있다”며 “꼭 추천하고 싶은 제도는 고위관리급 공무원에게 반드시 성평등 교육을 하는 거다. 성평등 교육을 받은 정책 입안자와 그렇지 않은 입안자가 내놓는 정책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여성UP엑스포’는 오는 7월 2일까지 열리며, 대구시, 대구고용노동청, 대구경북중소기업청, 여성가족부가 주최한다. 청년-여성 채용 박람회, 전시회, 포럼 등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