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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구시가 시민단체 정책토론청구 과정에서 발견된 일부 서명 오류를 ‘불법’이라 주장하며 제기한 고발 사건이 무혐의 종결됐다. 평소 시민단체를 향해 ‘무고 고발이나 한다’고 비난하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별다를 것 없는 행태를 보이는데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3일 오전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대구시가 정책토론청구를 한 시민단체를 고발한 사건이 혐의없음으로 내사 종결됐다고 알렸다. 지난해 7월 대구시가 고발한 후 9개월여 만에 나온 결과다.
사건은 대구시가 정책토론청구 제도 유명무실화 시도를 하면서 불거졌다. 지난해 3월 대구시는 기존에 300명으로 정해놓았던 정책토론 청구인 수를 5배 더 늘리는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대구시는 입법예고를 준비하면서 정책토론제도가 특정집단의 주장을 논쟁거리로 만드는 수단으로 이용돼 행정력을 낭비하게 된다는 부정적 인식을 그대로 노출해서 청구인 수 상향 조치가 제도를 유명무실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지적됐다. (관련기사=‘특정집단 주장’, ‘행정력 낭비’···대구시, 정책토론제 유명무실화 시도(‘23.3.20))
결과적으로 조례는 기존 300명에서 1,200명으로 4배 더 청구인 수를 늘리는 내용으로 개정됐는데, 시민사회단체는 개정된 조례안이 시행되기 전에 8건의 정책토론을 한꺼번에 청구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8건 중 7건은 개최를 거부했고, 8건의 청구 과정에서 불법서명 등이 이뤄졌다며 시민사회단체를 매도했다.
지난해 7월 11일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기자설명회를 열고 정책토론청구 과정에서 이뤄진 7,310명의 서명을 조사한 결과 49건(0.67%)이 명의 모용이 의심되고, 그중 5건(0.07%)은 대구시 확인 과정에서 실제 명의 모용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황 실장은 모용 외에도 ▲중복서명 ▲기재오류 ▲주소지 불일치도 여럿 확인됐다면서 “형법 231조 사문서 위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정책토론 불법서명? 7,310명 중 5명 발견으로 언론브리핑 나선 대구시(‘23.7.11))
실제로 대구시는 이를 근거로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고발했고, 최근까지 조사가 진행된 끝에 무혐의 결론이 난 것이다. 시민단체는 대구시가 ‘불법’이라며 매도할 때부터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불특정 시민의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고, 그 탓에 기준보다 3~4배 많은 서명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청구인수 기준 상향을 반대한 것도 그런 연유다. 300명 청구인수를 문제없이 충족하기 위해 1,000명 안팎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 걸 고려하면, 청구인 기준이 4~5배 높아지면 그만큼 더 많은 서명을 받아야 해서 토론 청구 문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연대회의, 정책토론제도 원상복구·황순조 징계 촉구
연대회의는 “주민참여라는 지방자치의 정신과 정책토론청구 조례에 따라 시정의 정책을 토론하자고 했을 뿐인데, 지방자치단체가 수사를 의뢰하는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나아가 홍준표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기다렸다는 듯 범죄행각이라는 표현을 하는 등 청구인들과 시민사회단체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비윤리적인 집단으로 매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이 조례에 따라 자신의 참정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공권력을 이용해 수사하는 행위는 시민을 적으로 보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가당치도 않는 행위”라며 “헌법과 민주주의가 부여한 참정권의 행사를 막으려 하는 반인권적, 반자치적 행태다. 지금껏 홍 시장이 보여준 시정의 모습은 대구시가 더 나은 공동체로 나아가기 보다, 홍 시장의 자기 정치에 이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오늘까지 벌어지고 있는 주민참여제도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 정책토론청구 참여 시민들에 대한 겁박, 청구인에 대한 비상식적 수사의뢰,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반윤리적 호도 등을 엄중히 경고하며, 대구시의 각성과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홍 시장의 사과와 고발 등을 주도한 황순조 기획조정실장에 대한 징계, 정책토론청구 제도 원상복구 등을 주문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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