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돌본 장애인 자녀 살해한 아버지···재판 시작

같이 죽자는 피해자 말에 살해한 아버지, 본인도 자살 시도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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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부모가 돌봄 부담으로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장애인 자녀를 살해한 아버지 A(65, 무직) 씨의 살인 혐의 재판이 시작됐다.

13일 오전 10시 20분 대구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어재원)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 첫 공판을 시작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 아들은 지적 장애인이었으며, 2014년 뇌출혈 발생 후 뇌병변장애 상태가 됐다. 그 이후 A 씨가 전적으로 아들을 간호했다. 지난해 10월 A 씨가 아들에게 밥을 먹이던 중 아들이 A 씨에게 “같이 죽자”라고 말했고, A 씨는 아들을 살해 후 자살하기로 결심했다. A 씨는 우울증 약 한달치와 술을 먹은 뒤 아들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목욕 중이던 피해자를 살해했을 때 당시 피해자가 A 씨의 의도를 알고 있었는지 물었으나, A 씨 변호인은 A 씨가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A 씨는 재판에서 범행 사실을 인정했으며, A 씨의 부인을 양형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오는 5월 3일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A 씨 범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장애인 부모 단체에서는 장애인 가족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1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는 “가족을 서로 죽이고 죽는 현실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지원 부담으로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부모에게 위로를, 살해당한 자녀의 명복을 빈다”며 “중증장애인에 대한 형편없는 지원체계로 인해 부모와 가족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어, 부모가 80, 90세가 넘어도 돌봄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대구시는 장애인 부모 뒤에 숨지 말고 중증,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지원체계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