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로운 투표생활] ③ 지속가능 농·어업 고민 않는 국회

21대 국회, 농·어업 분야 기후위기 대응법 55건
주로 농·어업 재해대책, 감면세, 영농협 태양광에 그쳐
고민 없는 농·어업 분야 에너지 비용 감면 대책
화석연료 사용 늘어나면 농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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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롭다’는 ‘그러함’ 또는 ‘그럴만함’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기후+롭다’는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위기 대응을 고민하며,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한다는 의미를 담아 뉴스민이 고안한 말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 상승하는데 남은 시간은 5년 남짓, 이번에 선출되는 22대 국회는 그 5년 중 4년을 쓰는 국회다. 그동안 우리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무관심하고 무능했다는 걸 고려하면, 이들에게 주어진 4년이란 시간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간이다. 뉴스민은 22대 국회는 기후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기후로운 투표생활’ 기획보도를 시작한다.

[뻘건맛 시즌3] 기후로운 투표생활 시작합니다 (‘24.3.6)
[기후로운 투표생활] ① 2.1%, 21대 국회의 한계 (‘24.3.6)
[기후로운 투표생활] ② 기후로운투표생활위원회, “22대 총선 키워드는 기후국회”(‘24.3.6)
[기후로운 투표생활] ③ 지속가능 농·어업 고민 않는 국회(‘24.3.8)
[기후로운 투표생활] ④ 재난에 떠밀려 땜질하는 국회(‘24.3.11)
[기후로운 투표생활] ⑤ ‘탈탄소’ 보다 ‘저탄소’에 머문 국회(‘24.3.13)
[기후로운 투표생활] ⑥ 전국 사과 생산 1위, 경북의 한숨···“기후가 위기” (‘24.3.21)
[기후로운 투표생활] ⑦ 재생에너지 확충, ‘채찍질’ 망설인 국회 (‘24.3.28)
[기후로운 투표생활] ⑧ 탄소배출 악순환, 오늘은 오징어, 돌고 돌아 내게로(‘24.3.29)
[기후로운 투표생활] ⑨ 정당별 기후위기 공약···재생에너지 목표부터 차이 (‘24.3.29)
[기후로운 투표생활] ⑩ 대구·경북 후보 74명 중 21명만 기후위기 공약 (‘24.4.2)
[기후로운 투표생활] ⑪ 면세유만으로 그릴 수 없는 농업의 미래 (‘24.4.3)
[기후로운 투표생활] ⑫ 기후위기 정책 질의도 대구·경북 74명 중 20명만 답 (‘24.4.4)
[기후로운 투표생활] ⑬ 태풍 힌남노의 재난은 여전히 진행중 (‘24.4.4)
[기후로운 투표생활] ⑭ 국회는 언제까지 농어업재해보험만 손질할까 (‘24.4.5)

기후위기를 논할 때 ‘농·어업’은 빠질 수 없는 키워드다. 농업은 땅을 자연 그대로 보전해 탄소흡수원을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3이 농업에서 나온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물론 그로인한 규제나 예측불가능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고 있는 것도 농업이다.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은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이다. 토양은 대기에 있는 탄소의 3배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토양의 질과 건강을 유지하는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전세계적 결의 사항이다. 지난해 11월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선 ‘지속 가능한 농업, 복원력 있는 식량 시스템에 관한 선언’이 발표됐고 우리나라 포함 159개국이 서명했다. 선언에는 온실가스 배출에 맞서 동시에 기후변화 최전선에 있는 농부의 삶과 생계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겼다.

21대 국회, 농·어업 분야 기후위기 대응법 55건 
주로 농·어업 재해대책, 감면세, 영농협 태양광에 그쳐

그렇다면 21대 국회는 기후위기 시대, 농·어업과 농·어민을 위해 어떤 고민을 해왔을까. <뉴스민>이 분석한 결과 21대 국회는 당장의 농·어민 삶을 지원하는 법안은 여럿 만들었지만, 장기적으로 농업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뉴스민은 2020년 5월 30일부터 2024년 1월 31일까지 국회에 발의된 의안 2만 6,611건을 대상으로 ‘농업’, ‘어업’을 키워드로 한 의안 중 기후위기와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법안 55건을 추렸다.

55건은 내용적으로 ▲농·어업 재해대책 ▲농·어업(인) 감면세 및 대출 연장 ▲영농형 태양광 등으로 크게 분류됐다. 당장 발생하는 재해에 대한 대책이나 농·어민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대책이 주를 이루면서, 농업의 전환은 생뚱맞게도 영농형 태양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지원책도 현장 피해를 뒤따라가거나, 기존의 에너지 관련 감면 혜택을 연장하는 사후약방문식 대안이 대부분이다.

재해 대책은 재해 범위 확대하고 보험 가입 늘리는 법안으로 수렴

올해 사과와 배 수확량은 전년 대비 약 30%가 줄었다. 지난해 초 개화기 냉해를 시작으로 여름철 태풍과 폭염을 거쳐 수확기에는 탄저병이 휩쓴 영향이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농어촌에 당장의 소득 감소로 돌아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농촌에 대한 2022년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민 10명 중 7명 가량(71.2%)이 농사를 그만두는 걸 고민했고, 이들 7명 중 5~6명(81%)은 그 이유로 힘들어진 생계를 꼽았다. 농민의 절반 이상이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때문에 농사 중단 위기에 있다는 의미다.

그 탓인지, 농·어업 분야 기후위기 관련 법안 55건 중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27건(49.1%)이 농·어업 분야 재해 피해 지원책이 담긴 법안이다. ‘농·어업 재해대책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14건은 농·어업  재해 유발요인을 확대하거나,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고, ‘농·어업재해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도 9건 발의됐다.

황사와 미세먼지(이만희안), 간척지 염분농도 상승(김승남안), 꿀벌 집단폐사(소병훈안/어기구안/이개호안), 어업재해로 인한 수산양식물의 피해(최형두안) 등을 재해 유발요인이나 재해로 포함하는 법안이 여러건 제출됐다.

이외에도 정책자금에 대한 상환기한 연기 및 이자 감면(김승남안), 농·어업 재해대책에 대한 기본 계획 수립(이원택안), 특별농·어업재해지역을 선포하고 그에 따른 지원근거를 마련(서삼석안)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농·어업재해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농·어업 재해보험 가입을 독려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2022년 말 기준으로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률은 전체 경지 면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도 가입 독려에 나서서 유인책을 통해 가입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회 전반에서 확인된다. 재해대응 의안 27건 중 9건(33.3%)이 농·어업재해보험법의 일부를 수정하는 개정법이라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법안은 정부 또는 지자체가 보험료 일부 지원(김수흥안/서삼석안/안호영안/정희용안), 기본계획 수립(이원택안), 현행 제도 운영상 나타난 미비점 개선‧보완(정희용안), 재해보험 가입대상 확대(하영제안)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전에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도 적지만 발의는 됐다. 박덕흠 의원(국민의힘,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이 발의한 ‘식물방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과수화상병 등 식물병해충 감염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 예찰‧방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이 발의한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에 이상기온 등 기후변화가 양봉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여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명시했다.

고민 없는 농·어업 분야 에너지 비용 감면 대책
화석연료 사용 늘어나면 농업은 어떻게 될까

농·어업인 보호 정책의 대표적인 예는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조세 특례다. 55건 중 13건(23.6%)이 감면세 관련 법안에 해당한다. 현행법은 농업용 석유류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을 전액 면제하고 있다. 농업용 전기도 마찬가지다. 여기엔 양면이 존재한다. 농어민을 직접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현장 요구가 가장 많은 제도이지만, 과도한 에너지 사용, 특히 석유류의 화석연료 사용을 촉진하는 제도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한다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21대 국회는 일몰기한이 도래한 법안을 일몰을 연장하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논의는 거의 하지 않았다.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조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9건으로 농업용 유류 면세제도의 일몰기한 연장(김민철안/윤준병안), 농·축산·임업용 기자재나 석유류, 경유에 대한 부가가치세 등 면제 특례 적용 연장(배준영안/김수흥안), 어업인의 자가발전용 석유류의 부가가치세 면제 일몰기한 연장(이달곤안), 농·어업법인, 농협 등에 대한 지방세 감면 일몰기한 연장(서영교안), 농어민 및 농·어업 관련 산업에 대한 과세특례 기한 연장(윤재갑 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신정훈안)은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에 대한 전기요금 또는 유류비 지원,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신정훈안)은 농·어업경영체에 대한 전기요금 또는 유류비 일부 지원,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윤두현안)은 농·어업인에게 에너지 이용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문가들은 급격하게 전기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에너지 지원책의 양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제언하지만 이런 고민이 담긴 법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남재작 농업연구자는 2020년 농정연구 73호를 통해 “농사용 전기 가격이 경유 등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저렴해지면서 농업에너지의 전력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며 “원가보다 낮게 책정된 농사용 전기요금은 농가의 에너지비 부담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하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도 제기된다”고 지적한다.

한 예로 아열대 작물 재배를 위한 난방원으로 전기보일러를 쓸 경우, 농가 입장에선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전력화로 인한 에너지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남 연구자는 에너지 비용 증가를 문제시 했지만,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이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다는 걸 고려하면 그만큼 기후위기도 앞당기는 꼴이 된다.

영농형 태양광, 기후위기 시대 농업의 대안될까

▲경북의 한 논밭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피해를 지원하는 것 외에 기후위기 대응 관련 법안은 영농형 태양광에 집중되는 특징을 보인다. 농촌 태양광 사업이 논밭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 발생한 전기를 팔아 농가가 소득을 올리는 구조라면,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다. 아직은 시범사업 단계로, 농지법 제36조 제1항 제4호에 근거해 염해간척지에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를 받을 순 있다. 올해 3월 29일부터는 재생에너지지구에서 집단화된 태양광 발전 설비의 설치가 가능하다.

21대 국회에서 영농형 태양광과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7건이다.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각각 농지의 복합이용 개념을 도입해 농업진흥구역으로 지정된 농지를 이용(김승남안)하고, 농업진흥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자경 농지에 대해서만 복합이용을 허용(김정호안)하거나, 농업진흥구역 중에도 마을공동체에서 추진하는 농지에 대해 복합이용을 허용(윤준병안)하는 등 허용 범위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미주당, 제주 서귀포)이 발의한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좀 더 본격적으로 영농형 태양광을 지원하는 법안이다. 농업인이 직접 태양광 발전사업을 하려는 경우 우선구매, 컨설팅 지원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나주·화순)이 발의한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영농조합법인이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업범위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어서 21대 국회가 임기를 다하면,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지난 2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영농형 태양광 보급 활성화를 위한 전략’에서 유재국 입법조사관은 찬반의 논리를 정리한 뒤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여러 우려가 있지만, 그간의 태양광 개발로 인한 산지 훼손 및 태양광 적합부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농지 활용 이외의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짚었다.

국회입법정보시스템을 통해 분류한 법안의 발의부터 통과까지 전 과정을 살펴보니, 농촌 지역을 지역구로 둔 경북 의원들이 농·어업 재해 지원 대책 등을 대표 발의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법안 표결에 대체로 찬성(불참 제외)했으나, 단기적 대책 외에 장기적으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흔적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정희용 의원(국민의힘, 경북 고령·성주·칠곡)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 농·어업재해대책법 일부개정법률안, 농·어업재해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기후위기와 관련해 농·어업 분야를 지원하는 법안을 5건 발의하며 관심을 보였다.

이만희 의원(국민의힘, 경북 영천·청도)도 ‘농·어업재해대책법 일부개정법률안’,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2건을 발의했고, 윤두현 의원(국민의힘, 경북 경산)은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1건을 발의했다. 다만 이들 의원들의 발의안도 대부분 단기적 대책에 머물렀다.

회의록에서도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주민들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주문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희용 의원은 2021년 6월 농·어업경영체에 대하여 전기요금 또는 유류비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시설원예 등 일부에서 기름난방을 하다가 정부가 (농사용) 전기를 사용하도록 유도했는데 전기요금에 대한 지원이 충분치 않다”며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김형동 의원(국민의힘, 안동·예천)도 2022년 5월 재해를 입은 농어가에 정부 정책자금의 상환 연기, 이자 감면혜택 등을 부여하도록 한 ‘농·어업재해대책법 일부개정법률안’ 논의 과정에서  “저희 안동, 예천 등 지역은 5월 말이 되면 우박 피해, 4월에는 냉해 피해가 심각하다. 집행하는 데 있어서 더 적극행정을 펼쳐달라”고 말했다.

기후로운투표생활 특별취재팀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