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이봉창과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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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5주년을 맞아 1932년 도쿄 한복판에서 쇼와 덴노에게 폭탄을 투척한 이봉창의 삶을 돌아봤다. 식민지 조선, 용산역에서 인부로 일하던 이봉창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일본인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으며 차별을 경험하고 일본으로 건너간다. ‘신일본인’으로 살겠다는 의지였다. 개명도 하고, 열심히 일하던 이봉창은 1928년 덴노 즉위식을 보러갔다가 구금당한다. 국한문 혼용체로 된 편지를 소지했다는 게 이유였다.

9일의 수감 생활 이후 차별과 배제를 확인한 이봉창은 ‘내선일체’의 허구를 체감한다. 알려진 것처럼 이봉창은 상해로 건너가 한인애국단 단원으로 거사를 추진한다. 한 조선인 노동자가 일본 제국주의에 전면전을 선포하기까지는 여러 경험이 겹겹이 쌓였을 것이다. 독립에 대한 의지도 곱씹어야겠지만, 한 조선인 노동자가 식민지 조선과 일본 제국에서 겪었을 여러 차별이 눈에 밟혔다.

이봉창을 읽은 3월 1일 메일함을 열었다. 경북 몇몇 군 지역에서 공통적인 보도자료가 들어와 있다. ‘2024년 계절근로자 첫 입국’. 계절근로자 입국 소식은 한해 농사를 시작한다는 의미이다. 일손 충원을 환영하는 일은 지자체의 당연한 일이 됐다.

봄에 계절근로자가 입국한 성주군은 올해 938명, 고령군은 350명이 예정돼 있다. 입국 시기가 좀 늦은 영양군은 2024년 936명이 들어올 예정이다. 봉화군은 지난달 26일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적기 입국과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베트남 하남성을 직접 방문했다. 농촌에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얼마나 유치하느냐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실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됐다.

계절근로자 입국 통로는 법무부다. 법무부는 농·어업 분야에 최대 8개월 간 외국인 계절근로자 고용을 허가하는데, 지자체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업무협약이 체결된 외국 지자체 주민(농‧어민)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시기인 가을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무단이탈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곧이어 법무부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이탈률이 감소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비슷한 시기 2023년 12월 14일 법무부는 ‘역대 가장 많은 불법체류 외국인 3만 8,000여 명 단속, 불법체류 감소 추세로 전환’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은 “올해 역대 가장 많은 3만 8천명 이상의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하였습니다. 불법체류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단속인력 88명을 증원하여 내년에도 일관된 상시 단속체계를 더욱 강화하는 등 엄정한 체류질서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통근 버스를 운행하던 중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시작한 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 다수를 다치게 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민수(가명, 42) 씨 사연이 알려지자, 탄원서와 후원금 모금이 이어졌다. 베트남인 커뮤니티에도 기사가 공유돼 안타까움을 서로 공유했다. (관련 기사=접견 시간은 10분, 동료시민이 이야기를 시작했다(‘24.2.28)

환영과 함께 입국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도 얼마 후면 알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4년 넘게 일한 ‘동료시민’이 불법체류자로 불린다는 사실을, 입국을 환영받은 자신들이 얼마 후면 단속과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20년 넘게 반복되는 입국 환영과 강제 단속·추방이 반복되고 있다. 이 정도면 정책과 제도의 실패를 인정할 법도 한데, 꿈쩍도 않는다. 반복되는 실패를 조정해야 할 정치는 대답이 없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